저혈압이 보내는 언어, 추워

저혈압과 노년의 작은 균형 찾기

by 진주

“추워, 아이 추워.”

나도 모르게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젊은 날의 나는 언제나 교과서 속 정상 혈압, 120/80에 가까웠다. 그러나 세월은 몸의 균형을 바꾸어 놓았다. 갱년기를 지나며 100/60으로 낮아졌고, 예순이 넘은 지금은 90/60, 때로는 80/50까지 떨어진다. 사실 돌이켜보면, 내 몸은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임신 중 입덧을 겪을 때도 나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말하기보다, “춥다”라는 표현을 먼저 했다. 다른 이들은 덥다고 창문을 열 때에도, 나는 담요를 덮고 몸을 웅크렸다. 지금 돌아보니 그것은 호르몬 변화와 저혈압, 그리고 임신성 빈혈이 뒤섞여 나타난 몸의 언어였던 것 같다. 1년 가까이 철분제를 복용하면서 기립성 빈혈 증상은 사라졌지만, 피곤이 몰려오면 다리와 손끝이 먼저 나를 배신한다. 15년 전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작은 불균형에도 나는 귀 기울이게 된다. 의사는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안다. 몸은 늘 작은 신호로 미래를 알려준다는 것을.

저혈압의 그림자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낮다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혈류가 부족해지면 뇌는 어지럽고, 눈앞은 흐려지고, 가슴은 두근거리며, 손발은 차갑게 식는다. 추위를 잘 탄다는 나의 말버릇 역시, 말초혈류가 줄어든 저혈압의 흔적일지 모른다. 가벼운 증상이라 해도, 그 끝은 실신과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기에 이는 곧 골절, 뇌출혈, 긴 회복의 길을 의미한다. 작은 혈압 수치의 변화가 삶의 무게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 속 저혈압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3~5%가 저혈압 범주에 속하며, 여성에서 더 흔하고, 60세 이후에는 탈수, 약물, 빈혈, 심혈관 질환 등이 겹쳐 저혈압 증상을 경험하는 비율이 10% 이상으로 올라간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층 낙상 환자의 약 20~30%가 저혈압성 어지럼증이나 실신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즉, 저혈압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일상의 예방과 작은 실천들

저혈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작은 습관이 우리를 지켜준다.

물을 충분히: 하루 1.5~2L,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소량씩 자주 식사: 식후 혈압이 떨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철분·단백질로 빈혈을 보완하도록.

천천히 일어나기: 앉았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그리고 일어나기.

카페인 적절히: 아침의 커피 한 잔은 혈압을 살짝 올려준다.

탄력 스타킹: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다리에는 순환을 돕는 버팀목.

운동: 걷기, 하체 근력, 그리고 탁구 같은 가벼운 즐거움이 가장 오래가는 약이다.

정기검진: 혈압, 혈액, 심장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눈.

두 번째 청춘을 위하여

작은 실천과 함께 너무도 오랫동안 외면하던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20대, 처총회(직장 내 처녀 총각 모임)와 인연을 맺은 탁구는 내게 가장 쉽고 즐겁게 다가온 운동이다. 동네 탁구장에 들어서니 공이 오가는 경쾌한 소리와 웃음이 나를 맞았다. 잊고 지냈던 탁구와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탁구채를 쥔다.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혈액이 흐르고, 심장이 다시 리듬을 찾는 과정이다. 공이 오가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튀어 오른다. “춥다”라는 말 대신, “재밌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몸의 작은 불균형을 회복하는 이 길이, 어쩌면 내 두 번째 청춘일지 모른다.

독자를 위한 작은 메모

혈압 기록: 아침·저녁 하루 2회, 앉은 자세에서 5분 안정 후 측정.

기립성 저혈압 자가 확인: 누워서 혈압 → 일어나서 1분, 3분 후 혈압 비교. 수축기 20 이상, 이완기 10 이상 떨어지면 주의.

어지럼증이 올 때: 다리 꼬아 세우기, 허벅지 근육 조이기 → 뇌혈류 회복에 도움.

식사 습관: 아침 굶지 않기, 철분 음식(살코기, 시금치, 콩류) + 비타민 C(오렌지, 파프리카) 함께 섭취.

운동 요령: 무리하지 않고, 30분 걷기·탁구·요가·하체 운동.

위험 신호: 혈압 80/40 이하 지속, 검은 변·혈변 반복, 실신·흉통·호흡곤란 → 즉시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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