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에 갇힌 하루

삶을 바로 세우는 균형의 지렛대

by 진주

어르신은 장루와 진폐증, 저체중으로 인한 소화곤란까지 겹쳐 식사 후 구역질을 자주 호소하신다. 하루 대부분은 침대에 누워 있고, 산소 요법에 의존해 생활한다.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인지활동을 꺼리고, 어지러움증 때문에 식사와 운동조차 피한다. “오늘도 어지러워서 못 하겠어.” 어르신의 입에서는 늘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매일 재활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어지러움증은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 낙상과 우울, 심지어 더 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르신은 두려움을 이유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 오래 머무를수록 균형감각은 더 흐려지고, 걷는 힘은 약해졌다.

의학적으로 어지러움증은 크게 말초성 현훈(귀 속 이석이나 전정기관의 문제)과 중추성 현훈(뇌혈관 질환, 신경계 손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경우인 이석증(BPPV)은 간단한 체위 변경 훈련으로 호전될 수 있다. 에플리(Epley)나 브란트-다로프 운동처럼 머리 방향을 바꾸어 귀 속 작은 돌(이석)을 제자리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균형감각 회복을 위해서는 고개 돌리기 훈련, 일직선 걷기,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단순 반복 운동도 도움이 된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뇌와 몸은 그 반복 속에서 새로운 균형 상태를 학습한다.

나는 보호자에게도 당부했다. “현훈 환자는 넘어질 위험이 크니 집 안 환경을 안전하게 꾸려야 합니다. 구토, 보행 불능, 의식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무엇보다도 어르신이 운동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곁에서 손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작은 교육과 격려가 때로는 약보다 큰 힘이 된다.

삶을 무너뜨리는 건 큰 병만이 아니다. 매일의 작은 어지럼증이 결국은 몸과 마음을 침대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힘 역시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오늘 한 번 더 앉아보고, 내일은 몇 걸음 더 걷고, 모레는 균형을 조금 더 오래 잡는 것. 작은 훈련이 쌓여 어르신의 일상은 다시 열린다.

나는 믿는다. 어르신이 다시 그 작은 운동을 받아들이고, 산소호흡기의 제약 속에서도 균형을 찾아가시길. 누워 있는 시간이 줄고, 식사 후의 힘겨움에도 다시 한 숟가락을 드실 수 있기를. 그 작은 움직임이야말로 어르신 삶을 바로 세우는 균형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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