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가드너. 수학 대중화의 기쁨,
고독한 노년

놀이와 상상 속에서 늙어간 삶

by 진주

마틴 가드너(1914~2010)는 정식 수학자가 아니었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학문적 경력을 이어가지 못했고, 기자·작가·마술 애호가로 살아갔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많은 이들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전한 인물로 기억된다.


“나는 수학자가 아니다. 단지 수학을 사랑하는 아마추어일 뿐이다.”

— 마틴 가드너


그는 늘 이렇게 고백했지만, 바로 그 겸손한 말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에게서 발명과 도구 제작의 즐거움을, 어머니에게서 책과 글쓰기의 지지를 받으며 자랐다. 퍼즐과 마술을 탐닉하던 시절 읽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남겼고, 훗날 그는 캐럴의 작품을 해설하며 수학과 문학, 환상과 논리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1956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발표한 「Hexaflexagons and Other Mathematical Diversions」은 단순한 종이접기 퍼즐을 전 세계 독자들의 열광으로 바꿔놓았다. 이 글이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무려 25년 동안 「Mathematical Games」 칼럼을 연재했다. 가드너는 여기에서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콘웨이의 라이프 게임, 프랙털의 기하학 같은 주제를 다루며, 독자에게는 상상력의 문을, 학자들에게는 새로운 연구의 단초를 제공했다.


“내 글은 대중을 위한 것이지만, 수학자들도 즐기길 바랐다.”
— 마틴 가드너


그의 말처럼, 그는 학문과 대중의 간극을 메운 다리였다. 가드너는 단순한 종이 접기에서 ‘수학의 문은 결코 닫혀 있지 않다’는 철학을 보았다. 세계는 늘 접히고 펼쳐지며, 그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헥사플렉사곤은 그저 장난이 아니라, 지식과 삶이 무한히 변주될 수 있다는 은유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늘 밝지만은 않았다. 학계는 그를 “아마추어”라 치부했고, 정식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평생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는 종종 “내 글이 단순한 오락으로만 여겨질까 두렵다”라고 토로했다. 신앙과 합리주의 사이의 갈등도 그의 내면을 괴롭혔지만, 그는 불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견뎌냈다. 퍼즐과 마술 제작은 치료제였고, 글이 막힐 때는 산책을 하며 자연의 질서를 관찰했다. 글쓰기는 모순된 내면을 풀어내는 배출구였으며, 규칙적인 생활 루틴은 그의 불안을 제어하는 틀이 되었다.


“퍼즐은 혼돈 속에서 잠시 드러나는 질서다. 인생도 그렇다.”
— 마틴 가드너


노년의 그는 여전히 단순하고 엄격한 루틴을 이어갔다. 아침에는 퍼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독자 편지를 정리했으며, 오후에는 원고 집필로 시간을 채웠다. 저녁에는 체스와 마술 도구로 몰입했고, 90세가 넘어서는 손이 떨려 글씨가 삐뚤어져도 연필을 놓지 않았다. 어느 날, 연필이 손에서 떨어지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종이를 집어 들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하나의 퍼즐이 나를 살린다.”


그는 노년에도 수천 통의 독자 편지를 일일이 읽고 답장을 보내려 애썼다. “편지 꾸러미 속에서 나는 수천 명의 친구를 가졌다”라고 고백한 그의 말처럼, 고독은 대화로 완화되었고, 대중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그의 생을 지탱했다.

아침 일상은 소박했다. 신문을 읽고 오렌지 주스를 한 잔 마시며, 체스판과 노트를 펼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원고를 다듬고 퍼즐을 만들었고, 저녁에는 짧은 산책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그의 하루는 반복 같았지만, 반복 속에서 불안이 다스려지고 창조성이 지켜졌다.

나는 매일 화투패를 섞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한 어르신을 떠올린다. “시간이 무료하니 이게 제일 낫다” 하시던 그분께 퍼즐 맞추기를 권했을 때,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셨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눈빛이 반짝이며 “이거 참 재미있네, 또 하자”라고 말씀하셨다. 숫자와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그 어르신의 하루도 무료함에서 벗어나 성취와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서 퍼즐 활동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퍼즐은 어렵지만, 할 때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 퍼즐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통로가 되었다.

가드너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전문적이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군가를 지식과 기쁨으로 이끄는 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문을 열어줄 때, 삶은 또 다른 해답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 부록 안내
이 수필의 끝에는 가드너가 소개한 헥사플렉사곤(Hexaflexagon) 만들기 체험 가이드를 실었습니다. 종이 한 장으로 접어보는 플렉사곤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수학적 놀라움”을 손끝에서 직접 경험하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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