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숲길" 중에서
제주살이 중에 가장 자주 갔던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사려니숲길이라 하겠다. 한달에 한번꼴로 10번은 넘게 간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아무 계절이나 가도 좋지만 겨울에 눈 올때랑 여름에 산수국 필 때 가을에 단풍 들때 가면 좋겠다.
사려니숲길은 한라산둘레길 7구간이다. 제주도에 사는 어떤 분은 올레길보다 한라산둘레길이 더 좋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한라산둘레길을 다 걸어보았을텐데 아쉽다.
사려니숲길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남조로 입구에서 제주시 봉개동 비자림로 입구까지 총10km이며, 탐방시간은 약3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단기여행자라면 입구에서 출구까지 걷지 않고 입구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 바쁠 것이다. 그래서, 사려니숲길의 참 매력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제주살이하는 거주자였기에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제주시 봉개동 사려니숲길 입구 바로 앞에 내린다. 3시간 정도 걸어야 하므로 물이랑 간식을 챙겨 간다. 남는 게 시간이니까 천천히 걷는다.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건 힘들어하지만 평지는 비교적 오랜시간 걸을 자신이 있다. 빼곡한 삼나무 숲이 주는 청량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 초록초록 눈이 시원해지는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산보하면 그렇게 힐링이 될 수가 없다. 초록초록한 여름도 예쁘지만 눈이 올때 산수국 필때에도 너무 예쁘다.
올레길은 걷다 보면 인적이 드문 오지 같은 무서운 곳도 있는데 사려니숲길은 전구간이 관리되는 곳이므로 무서운 곳이 없다. 혼자 가도 안심이다. 입구 쪽에만 사람들이 있고 걷는 중간에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니 혼자만의 산책시간을 느끼기에 좋다. 출구까지 걸은 후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점심 도시락을 싸와서 책을 읽으며 쉬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러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