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제주도에 살면 한라산은 올라가봐야지

by camellia

제주도에서 산다면 한라산은 올라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제주를 알려면 한라산을 봐야한다.


내가 제주도에 살때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그 드라마 속 인물 중에 김혜자 배우님이 연기한 강옥동은 제주도에 평생 살았으면서도 한라산을 한번도 못 가봐서 죽기 전에 한라산에 꼭 한번 올라가보고 싶다고 했다. 죽을 병에 걸려 등산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 대신 강옥동의 아들인 이동석(이병헌 배우님)이 한라산에 올라가 눈물을 흘리며 눈내린 한라산을 어머니께 사진으로 보여 주는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큼 울컥하게 만들었다.


한라산 등반 코스는 다섯가지가 있다. 성판악, 관음사, 영실, 어리목, 돈내코 코스가 있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가기 위해서는 성판악, 관음사코스로 가야 하고 사전예약해야 한다.


'나혼자산다'에서 2022년 1월 1일 전현무 아나운서가 백록담을 등반한 일화가 소개되면서 한라산 설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 사전예약시스템은 2월말까지 모두 매진되어 백록담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했다. 어차피 나는 저질 체력이라 10시간 이상 등산하기는 어렵다.(전현무 아나운서는 12시간 등산함)


그래서, 나는 사전예약이 필요 없고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영실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제주도에 살면서 영실코스는 2번 올라가봤는데 3월 2일에 설경을 보았고, 6월달에 철쭉을 보았다. 두번다 내 오십평생 가장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백록담까지는 가 보지 못했지만 영실코스가 더 예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올라가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내 생에 몇번이나 한라산을 오를 수 있을까?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한라산 등반을 적극 추천한다.


사실 3월 2일에 영실코스를 등반할 때는 눈이 남아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아이젠도 챙겨 오지 못했다. 영실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구입한 다음 산에 올랐더니 눈길이었다. 그래서, 휴게소로 돌아가 아이젠을 구입할까하다가 집에 아이젠이 없었다면 샀을텐데 돈이 아까워서 사지 않았다. 3월달이니 눈이 많이 없을거라는 생각에 괜찮겠지 하고 그냥 올라갔는데 내려 오다가 두번이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영실코스를 만만히 보고 남들보다 늦게 점심때쯤 올라가기도 했지만 내가 너무 느려서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 오는 사람이 많았고 내려 왔을 때는 주차장에 우리 차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영실코스는 성판악, 관음사코스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다는 것이지 평소에 등산을 하지 않는 나의 저질 체력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계단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윗세오름이 보이는 데크길 지점에 눈이 쌓인 풍경을 보면 올라올때 고생했던 것이 모두 보상이 되었다.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부산 사람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만 봐도 환장을 하는데 이쁜 산에 눈까지 쌓이니 얼마나 감동을 했겠는가. 거기다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구름 풍경이란...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아무래도 3월달이니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2월달에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되었다.


6월달에 철쭉을 보러 영실코스를 다시 찾았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눈이 없었기 때문에 3월달에 갔을 때보다 훨씬 가볍게 빠르게 오를 수 있었다. 윗세오름 앞 데크에서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철쭉을 보며 도시락을 먹을 때는 너무 행복했다.


윗세오름을 오르기 전에 영실기암이 있는데 여기에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가 얽혀 있다. 그래서, 영실코스 주차장 및 휴게소 이름이 '오백장군과 까마귀'이다.


옛날 제주도를 만든 여신인 설문대 할망의 아들들은 흉년이 들어 양식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갔다. 설문대 할망은 아들들을 먹일 죽을 끓였는데 아들이 오백명이나 되다 보니 죽을 끓이는 솥의 크기가 매우 컸다. 설문대 할망은 죽을 젓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죽 속에 빠지고 말았다. 아들들이 양식을 구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배가 고팠던 아들들은 아무 생각 없이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이 죽을 먹으려고 국자로 죽을 뜨다 보니 사람 뼈다귀가 보이는 것이었다. 막내아들은 그 뼈가 어머니의 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고기로 만든 죽을 먹은 형들과는 살 수 없다며 집을 나갔다.


막내아들은 울면서 달리다 차귀도에서 바위가 되어 버렸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형들도 슬픔에 겨워 통곡하다 바위로 굳었는데 이 바위를 '오백장군'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돌문화공원에서 해설사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한라산을 두번 오르고 나서 등산에 젬병인 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들의 블루스' 강옥동 할머니처럼 아프면 한라산에 올라 갈 수 없었을텐데 저질 체력이라도 그나마 등산을 할 수 있게 허락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윗세오름 철쭉 풍경을 두고두고 볼 수 있게 그림을 그려 우리집 거실에 걸어 두었다.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한라산 설경과 철쭉을 보러 몇번 더 가보고 싶다.


한라산철쭉.jpg 한라산 철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