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란 대로에서 집을 연결하는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올레길은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순례길에서 돌아와서 고향인 제주에 개발한 도보여행코스이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가 개발된 이래, 현재 총27개코스 437km가 개발되었다. 각 코스는 일반적으로 길이가 15km~19km 정도이며, 평균 소요시간이 5-6시간 정도이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기존에 있던 길을 탐사하고 걷기 좋은 길을 선별하여 서로 연결하여 코스를 만드는 형태이며, 필요한 경우 폭을 넓히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걷기 좋게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였다. 제주도에 속한 섬인 우도, 추자도, 가파도 코스도 있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렸을 때는 지긋지긋한 섬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고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몸도 마음도 점점 건강을 잃어가기에 퇴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문득 고향인 제주로 돌아가서 올레길을 만들기로 하였다고 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제주이지만 자기가 자란 곳의 아름다움은 알지 못하는가 보다. 언젠가 TV에서 고두심 배우도 비슷한 말을 했다. 고향이란 어렸을 때는 떠나고 싶은 곳 나이 들어서는 돌아오고 싶은 곳이라고...
서명숙 이사장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며칠 걷다가 하얀 대리석을 지겹게 마주하다 보니 문득 고향 제주의 까만 돌 현무암이 그리웠다고 한다. 봄철이면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던 유채꽃을 더 샛노랗게 보이게 하고, 친구네 집 올레에 핀 수선화를 더 청초하게 보이게 한 것도 그 배경이 된 현무암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머나먼 타국 땅을 걷고 나서야 현무암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주도 여행자가 올레길을 걷기란 무척 어렵다. 하나의 올레길을 완주하는데 5~6시간이 걸리다보니 어렵게 휴가를 내고 여행 온 사람들은 여러 관광지를 찍고 돌아다니길 원하지 올레길 걷기에 시간을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기 여행자가 아니라 거주자였기에 제주도에 사는 1년 동안 올레길 모든 코스를 완주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때마침 '나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올레길 21코스를 걷는 것을 보고 더더욱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나는 일단 성산읍 시흥리 1코스에 있는 제주올레공식안내소에 들러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하였다. 내가 패스포트를 구입하였던 2022년도 2월에는 26개 코스였고, 종이 패스포트만 있었는데 그 이후에 27개 코스가 되었고 모바일 패스포트가 새로 생겼다. 패스포트는 1개당 2만원인데 (사)제주올레 운영비와 올레길 운영비로 사용된다고 한다. 굳이 돈을 주고 패스포트를 구입해야할까 잠깐 망설였지만 패스포트가 있어야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의 길을 내어 준 이들에게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스탬프를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주올레길은 나같이 심한 길치도 안내표지(화살표와 리본)만 따라 걸으면 혼자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안내표지는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정비한다. 홈페이지에서 아카자봉 걷기를 신청하면 자원봉사자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다. 새로 생긴 올레패스앱은 나의 위치가 반영된 GPS로 따라 걷기를 할 수 있고 스탬프도 QR코드로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제주올레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였는데 홈페이지에는 27개코스를 완주하여 완주증서를 받은 사람들이 꾸준히 올라 오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령대는 주로 50대, 60대였으며, 젊은 사람들은 보기 어려웠다. 간혹 외국인들도 보였다. 젊은 사람들은 생업에 바쁘기도 하거니와 여행 오면 예쁜 카페만 찾아 다니다 사진만 찍다가 돌아가니까.
사람들은 제주도는 며칠만 여행하면 볼거 다 봤다고 한다. 진짜 제주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한라산을 등반해봐야 하고, 오름들을 올라 봐야 하고, 제주 올레길을 걸어봐야 한다.
올레길을 1개 코스라도 경험한 사람은 올레길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계절따라 바뀌는 제주 마을의 풍경(유채꽃밭, 수국, 억새밭, 귤나무들, 동백꽃나무들), 오름 정상에서 본 360도 탁트인 풍경 파노라마,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 위에 그려진 구름은 마음을 사로 잡는다. 게다가 걷기 운동으로 얻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덤이다.
올레길을 걸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출발지에 주차를 하고 종점까지 간 후 출발지로 돌아와야 한다. 대중교통편이 없는 곳은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기도 했다.
중간에 식당이 없는 곳이 많아 반드시 비상식량을 사가지고 다녀야 한다. 올레길 중에는 인적이 드문 곳이 많아 가급적 혼자 다니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는 걷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제주도에 10개월 살면서 올레길 27개 코스를 모두 완주하지 못하고 20개 코스만 다녀오고 7개 코스는 끝내 가지 못했다. 서쪽 5개 코스와 추자도 2개 코스가 못 가본 곳이다.
하루에 1개코스씩 걸어서 한달만에 완주한 사람도 있고 하루에 2개 코스를 걷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내 체력으로는 무리였다. 하루에 1개 코스도 겨우 완주하고 다음날은 쉬어야 한다. 어떤 날은 중간지점까지만 다녀 오고 다음에 나머지 반을 걸을 때도 있었다.
제주도의 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서 걸어다닐 수 없었다. 제주도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서쪽에 잘 가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은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읍이었는데 서쪽에 있는 올레길을 가려면 새벽 일찍 출발해서 밤 늦게 돌아 오거나 거기서 하룻밤을 자야 한다.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하룻밤을 자고 그 다음날 일찍 올레길을 걷기 시작해 저녁때 집에 돌아 오곤 했지만 서쪽 5개 코스는 끝내 가지 못했다.
제주올레 중 섬을 순환하는 코스는 4개가 있는데 우도, 가파도, 추자도이다. 우도와 가파도는 쉽게 다녀올 수 있지만 추자도는 제주항에서 1시간 30분 동안 배를 타고 들어 가야 한다. 추자도에 2개 코스가 있는데 하루에 2개 코스를 다 돌기란 매우 어려워 1박 2일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숙박시설, 교통수단, 음식점이 별로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언젠가는 나머지 7개 코스를 다녀와서 완주 메달을 꼭 받고 싶다. 올레길을 한번도 걸어 보지 않은 분들은 1개 코스라도 꼭 한번 걸어 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