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매거진>은 골치 아픈 일 말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야. 한 번 들어볼래?
오늘은 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
나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 게 바로 내 차를 갖게 되었을 때야.
내 차가 있고 언제든 이 차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감각이 이제 나도 어른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게 하더라고.
아무래도 자유 때문이 아닐까?
내 차가 없을 땐 버스시간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많으니까.
어딜 놀러 가더라고 버스시간이 안 맞으면 뭘 할 수가 없고, 예매라도 못하면 한참 전에 터미널에 가서 현장표를 구하려 동동거리기도 하고.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급하게 화장실만 들렀다 대충 핫바 하나 사서 버스에 뛰어오는 게 진짜 아쉬웠지. 아니다. 버스탈 땐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운전해서 가니까 휴게소에서 한 시간을 놀아도 재밌는 게 많더라고. 산책 코스가 예쁜 휴게소도 있고, 게임기가 재밌는 휴게소도 있고, 맛있는 메뉴가 많은 휴게소도 있고. 내 차로 방문하니 비로소 알게 된 휴게소의 찐 매력이었던 거지.
그래서 난 본격적으로 자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30살을 어른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도 난 내 조그만 빨간색 차를 운전하는 걸 좋아해.
내 첫 차는 흰색 경차였는데 무려 자동차 공장에서 갓 나온 신차였어. 여자가 중고차 타면 카센터에서 바가지 쓴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지레 겁먹고 없는 돈에 신차를 사려다 보니 경차가 딱이었던 거야.
물론 그 차랑 정이 많이 들었지. 첨엔 이름도 붙여주고(로망실현, 그치만 부르진 않게 되더라, 가짜로망이었나 봐) 고무인형도 안테나에 꽂아주고 하면서 몇 년을 잘 지냈어.
근데. 오르막에서 너무 힘을 못쓰는 거야. 주차가 쉽다느니 골목길을 빠져나가기 좋다느니 하는 장점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오르막에서 에어컨을 꺼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게 너무 큰 단점으로 각인되는 순간이 있었어. 왜, 애인이 싫어지게 되면 밥 먹는 것만 봐도 싫다는 말이 있잖아.(맞는 비유야?) 그냥 오르막만 나오면 이 차가 넘 싫어버리는 거지.
그래서 이번엔 중고차 어플에서 힘 좋은 애로 막 뒤지다가(그냥 경차보다만 센 정도라도 충분) 지금의 빨간색 소형 SUV를 만났는데 한눈에 반했어.
다른 차들은 머리로 막 괜찮나? 따져보게 됐는데 이 차는 바로 이거다! 했어. 스펙이랑 가격이랑 느낌적인 느낌이랑 이런 게 딱이었거든.
그래서 바로 주말에 계약하러 가버렸지. 자주 발휘되지 않는 내 실행력인데 이 차를 살 때 아주 잘 발휘되어 버렸어.
경유차라 그런지, 경차를 타다 타서 그런지 오르막도 아주 잘 오르고, 알고 보니 연비까지 넘 착하지 뭐야.
그래서 5년째 첫 느낌 그대로 좋아하면서 잘 타고 있어.
하지만 좋아한다는 게 아껴준다는 건 아니죠. 응?
난 차를 이동수단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물고 빨며, 아니 쓸고 닦으며 아껴주지 않아.
한마디로 꽤 더럽다는 거지. 하하.
비 오면 그것이 세차요, 내부는 가끔 먼지를 털어줄 뿐. 아이가 과자를 맛있게 먹는 게 더 큰 행복이며, 이동수단이 더러워지는 것엔 흐린 눈을 하지, 더러워도 잘 이동하더라고?
알아, 그냥 내가 차 관리에 게으른 거야.
좋아하는 만큼 잘해줘야 하는데 잘 안되네.
아마 나만 아는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그런가.
내 차를 다른 사람이 탈 일이 거의 없거든.
그러다 보니 나 편한 대로 냅둬도 별로 거슬리지가 않더라고.
그냥 창문 열고 노래 크게 틀고 기분 좋게 달리면 그게 힐링이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스피드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고.
나, 내비 상위 6%의 운전점수더라.
비결은 아마도 감속을 천천히 하기 때문인 거 같아.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는 시점이 남들보다 한참 전이거든.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안 멈추고 박으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앞 차와 가까워져야 브레이크를 밟더라고.(사실 그게 평균임)
초보때 들은 조언, 앞 차와의 간격은 넓게, 브레이크는 천천히, 그럼 사고 날 일이 없다.
지금까지는 잘 실천 중이야.
이렇게 운전해도 재미가 있다니까. 암만.
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다니니?
기분 전환을 위해 세차를 즐겨하니?
아니면 운전보다는 대중교통이 편하니?
오늘은 19세기 영국 사람들이 타던 멋진 자동차 사진을 보며 한껏 말랑해져 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