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매거진>은 골치 아픈 일 말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야. 한 번 들어볼래?
오늘은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
나 어젯밤에 꿈을 꿨어.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는 컨셉이었어.
꿈에서 어른이 된 나는,
나 어렸을 때 친하면서도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친하다고 생각했으면 친한 인연이 계속 됐을 텐데, 안 친하다고 생각해서 정말 안 친해져 버렸다고 말했어. 그치만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정말 친했던 것 같고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고, 당사자가 아닌 다른 친구에게 그 말을 하고 있었어.
난 꿈을 자주 꾸지 않는 편이고, 깨고 나면 금방 잊는데. 이 꿈은 유독 기억이 나네.
난 평소 친구가 많지 않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그건 어른 되어서 이야기고.
학교 다닐 때는 친구가 필요했지.
교실엔 메인 무리가 있고, 그 외 소규모 무리 몇 개가 있었는데
내심 메인 무리에 끼고 싶었지만 끼지 못하고
소규모 무리에서 일상생활을 같이 했어.
그리 깊은 정을 안 주고 다음 해 다른 반이 되면 또 다른 무리에 끼고, 그렇게 지냈었지.
그래서 이런 꿈을 꿨나 봐.
지금까지 친한 애들은 메인 무리도 아니고, 소규모 무리도 아니고. 어른이 되고서 연락을 많이한 애들과 어른 후의 인연으로 계속 만나는 것 같아.
나랑 친해지고 싶어 했지만 내가 별로 친하고 싶지 않았던 친구도 있었고,
내가 친해지고 싶어 했지만 나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친구도 있었어.
뭐든지 미숙했던 그 시절엔 친구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나봐.
물론 지금이라고 마냥 쉬울까.
대학생 때도 동기라는 큰 이름의 무리에서 왁자지껄 지냈지만 지금은 서로 자기 삶을 살아내기 바쁘고,
회사 사람들 역시 일하는데 필요한 협력과 사교는 힘들지 않지만 개인적 친분을 나누기는 어렵고,
남편과 아들이 있어 외롭지 않지만 그러다 보니 가족이라는 틀에 더 머무르게 되는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지금의 내 방식이 나에게 맞는 것 같으니 그냥 두고 있어.
난 그냥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겐 나름 진심을 다해 잘해주거든.
속이는 것도 없고 나를 많이 보여주려고 하고 배려하고 잘 지내려고 해.
다만 내 주위에 있지 않게 될 때 먼저 연락하거나 그런 걸 잘 못해.
다른 눈 앞에 있는 사람과 또 그러고 있거든.
그래서 서운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아니면 그냥 그 정도의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서운해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근데 나는 딱 이 정도의 거리감이 맞더라고.
가끔 나 너무 겉도나 싶기도 한데, 그보다 더 가까운 사이는 내가 힘들더라.
마음은 가깝지만 물리적인 경계가 필요하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
요즘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야.
혼자 걷고, 혼자 노는 시간이 좋아.
최근 들어 내가 나를 더 잘 알아 가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내가 원하는 걸 나에게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하루 중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해소되지 못한 무언가가 계속 누적되더라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나야.
그렇지만 사람이기에 타인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
사람과 사람끼리 나눌 수 있는 다정함 같은 거.
어느 글에서 봤는데 그게 꼭 진한 우정에서만 충족되는 게 아니라,
상점 주인과의 스몰토크, 택시 기사님과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 이런 것에서도 느낄 수 있고,
오히려 가벼운 만남의 빈도가 높은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후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인사하고, 한마디 나누고, 이런 걸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럴 때마다 진짜 훈훈함이 마음에 남더라고.
어쩌면 지나가는 사이이기에 오히려 서로 생채기 남길 일 없이 더 친절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
평소에 크게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들이 친구에 대해 고민하는 걸 보니 나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
넌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구도 많은 스타일이니?
아니면 역시 친구는 털 달린 동물 친구가 최고라고 생각하니?
오늘은 처음 만난 사람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한껏 말랑해져 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