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에서도 충동구매는 가능하다.

다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by 시옷

안녕하세요.

시옷입니다.


저는 지금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인데도, 아까 낮에 나한테 싹퉁바가지 없이 말했던 그 사람의 기분 나쁜 말투를 떠올리며, 즐거운 귀갓길의 기분까지 망치고 있어요.

그 말을 딱 들었을 때 기분 나쁜 것 까지야 막을 길이 없지만, 지금은 그 말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그야말로 나만 손해 아니겠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그 나쁜 기분에서 벗어 나고자 핸드폰을 켰습니다.

유튜브 댓글에서 어떤 책을 봤는데 좋았다길래, 작가가 누군지 목차가 어떤지 수필인지 소설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이북을 결제해 버렸습니다. 소비로써 스트레스를 풀려는 심산이지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결제는 문제 없고, 다운로드도 바로 되어 버리네요.

정신차리고 뒤늦게 확인해 보니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고(다행히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작가입니다) 소설은 아니고 수필입니다.(사실 큰 상관없었을 겁니다)

즉흥적인 소비 덕분에 그 사람의 기분 나쁜 말투를 좀 잊었나 싶었지만, 전자책을 몇페이지 넘기자 또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까 큰 목소리로 그 사람을 탓했는데 지나가다 들었으려나?

... 만 몇천원이나 쓴 소비의 효과가 이렇게 몇 분 만에 사라지는게 맞나요?...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든 그 사람의 기분까지 눈치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내 소중한 금요일의 퇴근길이 어쩌다 이렇게 오염되고 말았을까요. 참 아깝네 아까워, 하려는 찰나.

이런 걸 진지하게 쓰고 있는 내가 참 귀엽게 느껴집니다. 뭔가 지금의 나를 기차 밖에서 바라본다고 치면 참 재미있는 광경일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나한테 그 말을 한 사람을 지금 쫓아가서 지켜본다고 하면 그냥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 먹으며 잘 지내고 있겠죠.

혼자 진지해져 있던 제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이는 걸 상상해 봅니다.

그러곤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또 싹퉁바가지 없이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때는 이렇게 뒤에서 기분 나빠 하지 않고 그 사람 앞에서 기분 나빠 하겠다고요. 그리고 뒤에서는 평소의 마음으로 지내겠다고요.

기분 나쁜 행동을 당하면 딱 그만큼만 기분 나빠하면 될 일이지, 그 행동보다 더 크게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기분 나빠하지 말라며 억지로 나 자신을 달래지도 않을 거고요.

정당하게 기분 나빠하고, 적절하게 평상심으로 돌아갈 겁니다.

이렇게 먼저 쓰고 생각했다면, 충동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돈이 조금 아깝네요.

그래도 모처럼 산 책이니 다 읽고 후기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