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위대한 존재이면서 한낱 미물인 우리의 이야기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널 이해하고 싶어서 하는 긴 이야기

by 시옷

안녕하세요.

시옷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얼만큼 합리적인 사람들일까요? 저는 요즘 보다 BODA라는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과학자들이 패널로 나와서 이야기 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이런 것까지 알아내고야 마는 대단한 지적 생물체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이렇게 대단한데, 과연 나라는 한 개체는 이렇게 어리석고 모자라구나, 라는 생각까지 하면 조금은 아쉽지만, 역시 나 혼자라면 이렇게 발전된 문물은 못 누렸을거야, 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과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아,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저의 무식함을 한탄하고자 하는게 아니고, 한 개인으로서 살다보면 경험한 것 이상을 상상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떤 업계에서 오래 일했다 치면, 과거의 일들, 특히 내가 직접 겪은 일들은 꽤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가리지 않고 말이죠. 십 몇년전 일이라면 잊었거나 희미해지리라 생각하지만, 어떤 일들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죠. 그래서 현재를 사는 지금도 어떤 일을 딱 마주하면 나의 과거의 경험 중 유사한게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됩니다. 오래되었든, 최근의 일이든, 더 강력하고 선명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죠. 우리는 모든 가설을 다 검토할 수 없으니 떠오른 과거의 경험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생각합니다. 지금에도 크게 문제없다 싶으면 일단 최우선 가설로 채택합니다. 과거 경험을 통해 이미 그 결과를 아니까요.

그러나 요즘은 하도 빨리 변한다는 겁니다. 객관적 환경이든, 조직 구성원의 주관적 가치관이든 말이죠. 옛날에는 이랬었는데 하면서 바로 적용하는 순간 완전 눈치없는 결정을 하게 될 겁니다. 이걸 평소 의식하고 있어도 눈 앞에 나타난 일을 처리할 때는 위 과정이 자동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나의 레퍼런스가 현재상황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이 '현재상황'이 어떤지를 판단하는 것도 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의식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만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가 꼰대인지도 모르는 꼰대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저는 경험을 넘어서는 판단을 하기 위한 용기도 모자랍니다. 사회초년생때는 모든 일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었기에, 일단 해보고 깨지고 수정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늘 사표쓰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회사의 여러 일들을 내 안에서 해석할 수 있을만큼 경험이 쌓이기에, 오히려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만나면 사회초년생보다 더 망설이게 됩니다. 일단 해보고 깨지는 일도 두렵고, 수정하지 못할만큼 망칠까봐도 두려워집니다. 그런 케이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자신있는 분야가 아니면 도망칠 궁리가 먼저 떠오릅니다. 어떨 땐 그냥 해버리자, 한 번 하고 나면 다음엔 해봤던거라 더 잘하겠지, 싶기도 합니다. 아직도 내 경험 안에서만 결정내리는 버릇은 그대로인 것입니다.

과학이 이렇게나 발전하여 언제나 합리적일 것 같은 인간도 결국은 제한된 범위의 합리성만 가질 뿐입니다. 그것 마저도 똑똑한 뇌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합리적인 척 하지만 늘 부분적으로만 합리적일 뿐 전체적으로는 불합리한 것이 인간입니다. 내가 불합리해야지, 해서 그러는게 아니고 시간과 에너지 등 자원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아서는 안되겠지요.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한계까지 고려한 판단을 하려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다양한 경험이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는 건 그걸 해석하고 적용하는 '지금의 나'에게 달린 일이니까요.

언제나 합리적이고자 하나 종종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있고 그래도 언제나 합리적이고자 노력하는, 작지만 소중한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럴 수 있는 인간임을 떠올리며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지 않고 그 과정이 이랬으리라 상상해 내는 것, 내 안의 평화를 지키는 작은 노하우입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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