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꽤 오랜 시간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었다. 오죽하면 초등학생 시절, 서로가 돌려가며 친구의 이름이 적힌 종이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적는 롤링 페이퍼 눈에 띄지도 않는 한 구석에 "다 좋은데 가끔 건방져"라는 말과 당시 초등학교 자유게시판에 전학 간 친구가 "그리고 ㅇㅇㅇ 네가 괴롭혀서 전학 가는 거니까 우연히라도 만나면 때려주겠다"는 말을 적었던 기억이 십여 년이 지나도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으니.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나의 잘못되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너무나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남들보다 일찍 하게 되었던 것이 오히려 좋게 변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핑계를 이제야 대어 본다.
매번 싸우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눈물로 옷이 다 젖어있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감정과 미안함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눈물로 변해 흘러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집에 돌아오면 아빠는 애들 싸움에 어른은 끼는 것이 아니라며 울지 말라는 말만 하시고 엄마는 방에서 카세트테이프가 들어가는 음악 플레이어로 자장가 겸 음악을 들려주며 내가 잘 때까지 밤새 달래주셨다. 그때 들려주었던 음악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찾아서 듣는다.
엄마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갈 때면 음악은 항상 나의 옆자리였다. 그렇게 그때부터 음악과 나는 항상 같은 시간 속에서 그림자처럼 항상 붙어 다니게 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고정된 1번 트랙은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 어린 마음에 귀신같은 목소리가 두려워서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얼마 전 우연하게 보았던 '더 시즌즈 : 최정훈의 밤의 공원'속 배우 이동휘의 노래는 그때의 추억이자 잊혀졌던 타임캡슐을 내게 선사했다.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고 들은 처음 느낌 그대로는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최면술 같았다.
가사는 사랑이 한풀 꺾인 연인에게 하는 말이지만 듣다 보니 내가 느낀 것은 그때의 엄마에게 내가 하는 말 같았다. 항상 사랑만 주던 엄마에게 커가면서 나는 어땠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은 잠시 집에서 나와 따로 혼자 살고 있지만 조만간 집에 가서 엄마에게 불러줘야겠다. 처음 느낌 그대로.
https://youtu.be/IfUy5J20EP4?si=xY6gRhH48pSfTG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