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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Jan 27. 2022

21세기 귀족(부동산 거품은 종양이다)

일찍 경고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챕터 6, 7을 통째로 건너뛰고 마지막 챕터 8을 선공개하는 바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다시 '경제위기'가 15년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눈을 뜬 그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21세기 귀족>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인데, 그 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부정의하고,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현대의 부동산제도로 21세기 귀족으로서의 삶을 누려온 자들의 '거품 파티'는 머잖아 수년 안에 끝난다.


그 파티장에서 사라진 거품은 피눈물이 대신할 것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라, 그리 머잖았다.






결국 우리와 우리 자녀들은 지금까지도 그 토지양극화의 세습과 수천년 간 이어진 경제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지해왔듯이 이는 중세 시대 강제노역의 현대적 구현이다.  



앞서 13세기를 살펴볼 때 필자가 언급한 바, “또 화폐경제가 부활하여 부르주아들은 금과 은으로 된 주화들로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허나 오히려 가장 선호되는 자산 형태는 화폐가 아니라 부동산이었다. 그들은 벌어들인 돈을 토지, 특히 농업용 토지보다도 주거용 토지에 투자했다. 경제권을 쥐게 된 그들은 과거의 로마 대지주 귀족들, 중세 영주들의 행태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부동산은 인류사 최고의 안정성을 가진 투자처임이 확실했다”라고 언급한 바를 기억하라. 우리 인간이 문명사회 건설 이후 반 만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도와 문물의 발달과 세계대전의 아픔을 이겨냈음에도, 저명한 고전경제학자들이 비판했던 지주 계층이 이러한 평화의 21세기에 다시 기생한 것이다.


물론 세계 대전 이전 근대의 지주층과 종전 이후 현대의 지주층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첫 번째는 계층의 인구비율이다. 근대까지 지주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그에 반해 그나마 현대의 지주들은 상대적으로 다수이다.


두 번째 차이는 전제 자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부동산 종류의 변화이다. 적어도 18세기가 시작될 즈음에는 농경지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이제는 주택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번째로는 현대 금융의 고도화, 대도시의 면적대비 인구밀도의 증가 등의 이유로 각종 지대 및 토지금융이익이 근대에 비해 현저히 높아져 자본가들조차 토지소유를 매우 선호하게 되었고, 결국 자본가인 동시에 지주가 되었다는 이다. 두 계층 간 교집합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뉴욕 일대(https://blog.daum.net/ckh798/16093505.) 기업들은 특히 현대에 들어와 자본가뿐만 아니라 지주(건물주)가 되었다.


한편 필자는 오늘날 21세기의 거대한 부동산 소유주들을 지주귀족들이라고 비유하고 있지만, 적어도 현대 영국을 두고 말할 때에는 비유를 쓸 필요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은 아직도 ‘구시대적이며 사람 위에 사람을 두고 사람 아래에 사람을 두는 신분제의 병폐가 잔존’하여서, 수많은 백작, 공작, 자작 등의 귀족들이 혈통의 세습을 통해 막대한 부동산을 가지고 임대료 등 엄청난 불로소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그 불로소득은 무고한 영국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돈이다. 영국 왕실도 대지주로써, 신분제 존폐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왕실 업무에 필요한 토지 이상의 막대한 토지를 사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민들에게 짐이며 기생지주에 속한다. 대부분의 영국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자본주의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까지도 포함하여, 현대에 들어와 국민 개인이 소유한 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대해오지 않았던 나라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체 어쩌다가 부동산이 특히 주택이 우리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재화가 되었는지는 지금까지 본서를 읽은 독자들은 알 것이다. 혹자는 부동산 가격과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안이 아니라는, 제 3의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현대적 토지사상의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현대의 토지사상으로는 지주가 모든 지대를 흡수하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도의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은 한술 더 떠서, “근면한 노동하여 얻은 임금으로 구입한 부동산이다”라는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부동산 소유주들을 칭찬을 하기도 한다. 이 지경이 작금의 현실이다. 근면하게 노동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설령 근면히 노동하여 그 축적된 임금으로 구입한 부동산이라고 한들, 그 부동산이 가지는 필수성과 희소성이란 특성에 기인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독점적 취득도 바람직하단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첫 번째로 부동산 과열이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 두 번째로 1980년대 부동산금융의 규제 완화로 주택 소유가 더욱 어려워지고 주택양극화의 다시 심화되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부동산 과열과 거품은 명백하게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다.  


한편, 이러한 주택 가격의 버블과 그로 인한 가계 대출의 증대는 오롯이 (가난한)가계에만 악영향을 주는, 미시적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의 연구는 “GDP 대비 기업 대출이 아닌, GDP 대비 가계 대출의 증가는 향후 GPD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특히 그 가계 대출이 모기지로 기인하였을 때 더욱 그러하다”라는 결과를 냈다.[1]


필자가 이에 대해 심도 있는 후속 연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왜 기업 대출보다 가계의 모기지대출은 향후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대출금은 아주 대부분의 경우 생산 설비, 연구개발비, 고용 증대에 투입되어 머지 않은 시기에 ‘돈(자본)이 돈(이윤)을’ 낳는다. 이는 곧 거시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 이 경우 사회 전체가 이익을 취한다.


허나 가계의 모기지대출금은 현대에선 아주 대부분의 경우 그 주택 등의 부동산의 거품 가격을 지불하는 데에 소모되기 때문에 ‘돈(자본)이 돈(이윤)을’ 낳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또 부담스런 모기지대출을 받은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데 이는 구매력을 낮춘다. 이는 곧 거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이익을 취하는 자는, 땀 흘리지 않고 그 거품 가격을 시세차익으로써 취하는 부동산 소유주일 뿐이다.


그가 생산 설비, 연구개발비, 고용 증대를 위하여 그 시세차익을 소모할 리 없다.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 한국은 개인의 자산에서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7.8%이고 거주주택 외 부동산은 13.5%, 도합 51.3%로써[2]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기업투자 등 생산성 있는 분야로 흘러가야 될 자본들이 땅에 묻히고 있다가 종국에는 지주들의 곳간으로만 흘러가는 현실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본서에서 앞서 서술한 바, 고대 로마는 “전쟁을 통하여 새로이 획득한 토지는… 일차적으로 가난한 시민에게… 분배해주었다고 한다…. 이는 토지양극화 및 빈부격차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국가 재정을 풍족히 하는 우수한 정책이었다…. 지대의 토지공개념적 이용이 로마라는 국가의 경쟁력의 핵이었던 것이다.”라고 했던 바를 기억해보라.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그 조상들과는 반대로 그와 같은 토지공개념, 토지평등사상을 완전히 잃어버렸기에, 현대의 부동산제도는 주변의 모든 지대를 자신의 주택으로 흡수시키고 거품 가격을 형성하며 타인으로 하여금 모기지대출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거시경제학적으로 모든 국민이 함께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경제성장률의 저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들은 일반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실시한다.


기어코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그 고리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는데 첫째, 특히 역사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선진국에서의 저금리는 주택 시장에 붐(boom. 가격 상승, 과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3]


둘째, 그러한 붐은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 향후 GDP 성장률을 저하시킨다.[4] 셋째, 이러한 경제성장률의 저하는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되고 다시 첫째 현상을 야기한다. 결국 위 1~3의 프로세스는 (특히 선진국이)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Mian, Sufi, and Verner, “Household Debt and Business Cycles Worldwide” (Kreisman Working Papers Series in Housing Law and Policy No ,38, 2016.), p. 2.

[2] 가계금융복지조사, 2017.

[3] BIS, 73rd Annual Report, 2003, p. 116~119; Andrews, 2010; Miles & Pilonca, 2008, p. 13.

[4] Mian, Sufi, and Verner, 전게서,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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