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맞이한 나에게

21년 남은 한 달을 응원하는 이유

by 임경미


살 3kg 빼기, 토익점수 올리기, 소원(疏遠)했던 친구들과 만날 약속 잡기, 묵혀뒀던 일 해결하기.

12월에는 계획들이 쏟아진다. 어딘가 익숙한 계획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심지어 11개월 전에도 했던, 유행가의 후렴구처럼 낯익은 계획들이다.


12월 1일. 11월의 달력을 뒤로 넘기며 올해의 달력이 한 장 남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문득 미뤄뒀던 일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글쓰기, 퇴고하기. 11개월 동안 써놓은 글을 추리고 추려 프린트를 하며 다짐했다.

‘12월까지 퇴고 마무리해야지! 부족한 꼭지도 써서 채우고 가닥을 잡아야지!’


아무 근거 없이 12월의 나는 이전의 나와 달랐다.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말이다. 현실의 나야 어찌 살아왔든 그것은 의미 있는 자료가 아니었다. 나에겐 12월 버프가 있고, 12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벼락치기 신공을 발휘하듯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12월에 계획을 쏟아내는 마음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

무언가를 이루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 마지막 달만이라도 잘 보내고 싶다는 희망이 모여 12월의 계획들을 쏟아냈을 것이다. 삶을 사랑하는 우리이기에 이대로 2021년을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고 기대이고 희망이라고 했지만, 뒤집어보면 욕심이고 착각이고 미련이 아니었을까?


그저 또다시 해가 떠오르는 것임에도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간이 프레임 속에 갇혀 조바심이 생기고, 무엇인가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습관 때문에 욕심이 생긴다. 12월의 효과, 12월 버프는 그동안 태우지 못했던 의지와 에너지를 끌어모아 버닝하는 것임에도 실제로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생긴다. n년 동안 이렇게 살아온 내가 달력 한 장 뒤로 넘어갔다고 180도 바뀐 인간이 될 리도 만무한데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12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희망의 끈을 이어붙인 채 조금이라도 그럴싸한 마무리를 원하며 12월의 계획들을 쏟아낸 것이었리라.


그렇지만 모두 욕심이고 착각이고 미련이라는 말로 12월의 나에게 기대를 거는 마음을 깨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앞으로 걸어가고, 조금씩 나아질 테니까.

사실 지난 11개월의 나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었고, 몸은 피곤했고, 욕망은 의지보다 강력했고 등등. 나도 안다. 지난 시간, 이성과 본성 사이에서 번뇌하고 투쟁하며 분주했던 마음을.




그래서 12월의 계획을 쏟아낸 나를, 나와 유사한 당신을 응원한다. 열심히 살길 선택한 사람의 마음이라면 조금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열 번이고 천 번이고 그 다짐을 꼭 이루길 응원한다. 12월의 계획은 1월의 계획과는 다르길. 아무리 작심삼일이라지만 삼일에 또 삼일을 더해가며 새해소망이었던 12월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이루길. 그리고 이 성취의 기쁨이 새해를 맞이한 우리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길.


마지막으로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12월의 계획이 12월 효과를 받지 못해 이뤄지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기를. 그 일이 지난 몇 년간, 지난 몇 달간 이룰 수 없었던 나름 사연 있는 것이었음을 기억한다면 결코 좌절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 12월을 마무리 했든, 어떻게 1월을 맞이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니까. 더 나아가길 바라는 그 마음이야말로 많은 계획의 시행착오 끝에 이뤄낸 성과일테니까.

이전 09화잘하는 것, 그게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