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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Oct 25. 2023

우리에게 필요한, 벼리는 시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이 종종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무엇을 하든 들기 마련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보는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책을 낼 건데, 이왕이면 잘 쓰고 싶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작가들의 강의를 섭렵(?)하며 글쓰기 방법을 배웠습니다. 글쓰기 책의 바이블이라는 스테디셀러 책들을 포함해 유명 작가의 작문법 같은 글쓰기와 관련된 책도 찾아 읽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의 바람대로 글을 잘 쓰게 되었을까요?

대답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글 쓰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글 쓰는 과정에 녹여내는 건 글을 써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결국 많이 읽고 많은 노하우를 아는 것만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제가 책과 강연을 통해 얻은, 명확한 사실은 딱 하나였습니다. 수많은 작가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 그 하나를 말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꾸준히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무언가가 있길 바랐던 사람의 입장에선 다소 김빠지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뻔한 말은 당연함의 증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분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꾸준히 쓰면 글을 잘 쓰게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꾸준히 쓰면 글 실력은 점점 좋아집니다.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운동을 더 잘하게 되듯, 40년 요리 경력을 가진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한 제가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글을 쓰는 동안 생기는 글쓰기 근육은 당신이 글을 잘 쓰게 만들고, 언젠가는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긴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농익은 글쓰기 실력으로 멋진 글을 쓰는 작가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시민 작가는 하루 30분씩 3년간 글을 쓰니 초등학교 수준의 글쓰기가 대학생 수준의 글쓰기 실력으로 성장했다고 말합니다. 글쓰기 강연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일화를 들으니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었습니다. 학교 대항전 논설문 쓰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을 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200자 원고지로 10~15장 되는 분량의 글을 매일 두 편씩 작성했습니다. 1편은 방과후에 남아 작성해서 지도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고, 또 한 편은 집에 가서 과제로 작성해 다음날 피드백을 받고. 그렇게 3개월 동안 하루에 스무 장에서 서른 장 가까운 분량의 글을 쓰다 보니, 어떤 자료가 주어져도 머릿속에서 글의 구성이 잡혔고, 2,000~3,000자 정도의 글은 손쉽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익힌 글쓰기 방법은 대학에 가서도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활발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저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를 할 때면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럴 때 그는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재능 다음으로 중요한 자질은 ‘집중력’, 그 다음은 ‘지속력’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글 쓰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해서 글을 쓰고, 온전히 몰입해서 글 쓰는 행위를 일주일, 한 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반년, 혹은 1년이나 2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재능이 소진되고 남은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건 몰입력과 지속력이고, 이건 재능과 달리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 속에 감춰져 있던 진짜 재능과 만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아침 3~4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는 쓴다고 합니다. 직장인이 출근하듯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몇 장이고 글을 쓴 그의 시간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자, 이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직도 ‘아냐, 그럴 리 없어. 글을 쓴다고 실력이 늘어날 리 없잖아!’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면, ‘나도 꾸준히 쓰면 남부럽지 않은 글쓰기 실력을, 혹은 책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나요?

부디 이 글을 읽은 당신은 후자의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 우리에겐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꾸준히 출간하고 싶다면 그만큼 꾸준히 써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첫 번째 책을 넘어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당신의 글쓰기 근육을 키워줄 것입니다. 글쓰기 근육이 생기면, 어떤 것을 봐도 이야깃거리가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둥둥 떠 있는 서로 다른 이야깃거리의 연결점을 찾아 매끄럽게 이어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지금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세요. 그리고 꾸준히 쓰십시오. 그러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당신의 글쓰기 실력이 크게 향상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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