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꿈을 꾸나요?

by 임경미


누구나 매일 밤 꿈을 꾼다. 잠이 들었어도 머릿속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깨어있을 때보다 더 선명하고 현실에선 상상해보지 못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한 명의 관객이자, 영화 속 주인공이라는 1인 2역을 선보이며, 장르 불문, 역할 불문 한바탕 활약하고 나면 어느덧 아침이 되고 마침내 의식 세계로 돌아온다.


밤새 꿈을 꾸느라 피곤하지만, 깨어있을 때도 나는 꿈을 꾼다. 비록 무의식의 상태에서 꾸는 꿈과 비교하면 화려한 영상미나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매일 꿈을 꾼다.


간혹 사람들을 만나면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하고, 내 꿈이 무엇인지 물음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대답을 할 당시 꿈꾸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꿈이어도, 꿈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너무 작은 꿈이어도, 그 순간 꿈꾸고 있는 것을 기꺼이 공유한다. 그리고 대답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나는 한때 대통령이 되고 싶었고,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고, 기자가 되고 싶었고, 작가가 되고 싶었다.(그 밖에도 쓰지 않은 꿈들이 훨씬 더 많다.) 어떤 꿈은 이뤄봤고, 어떤 꿈은 이루는 중이고, 어떤 꿈은 이룰 가능성이 요원해졌지만, 한때 내 마음을 뜨겁게 달궜던 수많은 꿈들이 있었다.


지금 내 꿈은 ‘작가로 잘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져 있는 내 꿈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남아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목표와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지 등등 말이다.


꿈을 잃어버렸을 때의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돛단배 같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바닷물은 흐르지 않아서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하는 돛단배, 육지나 섬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 시커먼 어둠 속에 떠 있는 돛단배. 꿈이 없고 꿈을 잃었을 때의 내 모습이 바로 그랬다. 언제나 일하느라 바빴지만 그 분주함 속에 비전과 목표가 없었고, 일을 이뤘을 때는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기보다 인도와 늘어가는 한숨을 내뱉기 일쑤였다. 오늘이 어땠는지 내일은 어떠할지, 내가 바라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약속하게 시간만 흘렀다.


그러나 꿈을 다시 찾고나서 등댓불이 나를 향해 비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등댓불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바람이 불고 바닷물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가끔 역풍을 만나기도 하고 미역 줄기에 걸리기도 하지만, 등대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의 의미와 재미와 행복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속에는 계획이 있었고 비전과 소명이 있었고, 치열했던 좌절과 짜릿한 기쁨이 있었다. 이제야 내가 삶을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꿈은 오늘의 내비게이션이자 내일의 방향이다. 꿈이 없는 밤은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좋을지 몰라도, 꿈이 없는 낮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반대로, 꿈이 있는 낮은 꿈이 없는 낮보다 더 생생해지고 다채로워진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내일 내가 해야 할 일, 더 멀리 한 달 혹은 일 년 뒤에 이루고 싶은 것들은 꿈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고, 이들을 하나씩 이뤄가며 삶의 기쁨도, 행복도, 즐거움도, 성취도, 때로는 아픔과 씁쓸함도 생기는 것이다.


우리에게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직업의 이름이든, 삶의 모습이든, 위대한 소명이든, 소소한 목표든 뭐든 상관없다. 바라는 것이 없고, 심장을 뛰게 할 무언가가 없는 것보다 꿈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무엇을 마음속에 품고 살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생기있는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꿈을 꾸는 것을 시작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채우다 보면 우리의 꿈은 더 구체적으로 되고, 더 추상적으로 되고, 더 입체적으로 될 것이다.


밤에 꾸는 꿈이든, 낮에 꾸는 꿈이든 모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낮에 꾸는 꿈은 내가 원하고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내 손에 넣을 수 있는 꿈이다.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꿈.

그리고 그 꿈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꿈도 꿀 수 있다. 지금은 말하지 못할, 비밀스럽고 위대하며 아름다운 꿈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디, 내가 낯설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