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부터, 왜 그 일을 하게 됐냐는 물음을 부쩍 받았다.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면 그의 마음 어딘가에는 단순한 궁금증 이상의 어떤 호기심도 존재했으리라. 생각해보면 이런 종류의 질문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나를 소개했을 때는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왜 우리 회사를 지원했냐고 물었을 때를 빼면 말이다.
나는 왜 아직은 어색한 작가의 길을 걷고 있을까. 글 쓰는 게 좋아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서, 내 글을 좋아해주는 게 좋아서, 혹은 회사를 다니기 싫어서, 자유롭고 싶어서, 책을 사랑해서. 수없이 떠오르는 이유들의 더미 속에서 한 문장을 찾아내어 대답했다.
“이 일을 할 때 가슴이 벅차요. 모든 순간, 모든 의미로요.”
요즘은 자신의 꿈을 가지지 못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혹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중 열에 다섯은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나는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데, 그래서 그걸 알고 있는 당신이 부럽다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모르는 청춘.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게 죄는 아닌데, 어딘가 우울해 보이고 괴로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내 마음에도 잠시 그늘이 생긴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뿐인 인생을 무책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신을 더욱 다그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인생 낭비라는 생각으로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와 자책이 인생에 얼마나 큰 이로움이 있던가. 지금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대로에 머무는 게 아닌 다음으로 나아가게 하니까.
나는 뭘 좋아했을까. 나는 무엇을 잘했을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꼬리를 물어 계속 물어보다 어느덧 잊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분명 발견하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왔던 무엇인가를,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뒤로 미뤄뒀던 무언가를.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하루는 단순히 행복하다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강풍이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훼방꾼이 등장했다. 그게 진짜냐고 묻는 의심의 눈초리. 나는 글 쓰는 게 좋으니까 이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나에게 슬쩍 다가와서는, 네가 글 쓰는 거 좋아한다는 게 사실이야? 지금 일이 싫어서 착하는 하는 거 아니고? 하면서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간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두려운 일이고, 안정적인 일상에 다른 어떤 것을 추가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기에 마음이 자꾸 훼방을 놓으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또 다시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런 의심의 눈초리에 굴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여기서 다시 주저앉지는 말자. 참 오랜만에 내 진짜 마음을 알아줬는데 금방 귀 닫아버리고 눈 감아 버리지는 말자. 그것은 어렵사리 찾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니까.’
세상에는 1만2천여 가지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물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조건 직업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게 많은 일들 중에 한 가지가 불쑥 마음속에 솟아난 것은 1만2천분의 1의 가능성을 뚫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로또 1등 당첨이나 즉석 복권 당첨과 비교할 수 있을까.
또한 내 마음속에 하고 싶은 것을 마주할 확률은 그리 흔한 확률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중 어떤 생각은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라진다고 한다. 생각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아 인식된 그 무언가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다.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져서 떠오른 생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단 1%라도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면 그것은 내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하는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가지 생각들보다 더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를 찾아온 의심의 목소리는 이제 볼륨을 줄어놓자. 아니, 아예 전원을 꺼두어도 좋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든 그 생각을, 그 마음을 잘 키워주길 바란다. 그 작은 마음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띄워서 나무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때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되고 두려운 당신에게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정봉 씨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잠잘 때조차 생각나는 거.”
(Pixabay의 Silvestre Leon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