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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Aug 08. 2022

love myself


우르륵― 내뱉은 호흡에 방울방울 기포가 생긴다.

수십 개의 기포 속에 그가 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관계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내가 그 속에 있다.

난 그들이 벅찼다.

빨대로 휘휘 내저으니 수십 개의 그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몇 개의 기포 속에는 여전히 그가 남아있다.

물끄러미―

물끄러미 바라보니 눈물이 났다.

미움받는 기포 속의 그가 안쓰러워 눈물이 흘렀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상처받고 사라져버리는 연약한 존재에 대한 애도.     

다시 돌아서 우물 속 그를 찾아온 청년처럼,

나는 다시 우르륵― 호흡을 내뱉어 기포 속 그를 만들어내고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문득 옛 휴대전화를 뒤적이다 내가 저장해놓은 글 하나를 발견했다.

글을 읽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과거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예전의 나는 타인을 의식하며 억지로 가면을 만들어내고,

마치 그 가면이 나인 양 살아온 것이 싫었구나.

아니, 그렇게 사는 것이 참 힘들었구나.     


예전의 나는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음을 안타까워했구나.

예전의 나는 사소한 말과 행동에 크게 상처받는 연약한 존재였구나.


결국 예전의 나는,

그런 내가 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었구나.

그럼에도 예전의 나는 여전히 스스로 사랑하고 있었구나.     




10년 전의 나도, 3년 전의 나도, 어제의 나도 여전히 품고 있는 문장 하나.

나를 미워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

아직도 유효한, 그래서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는 이 문장을 오늘도, 내일도 기억해야지.     


어쩌면 삶이 더욱 행복해지는 시작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부터이며,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미지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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