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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Oct 30. 2023

신의 입장에서

신의 관점과 인간의 관점

우리는 어떨 때 신을 찾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게 힘든 일이 생겼거나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찾지 않을까 한다. 나의 경우는 시험을 본 후 합격하게 해달라고 많이 빌었던 거 같다. 물론 빈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 경험상으로는 '슬프게도' 안 이뤄진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을 찾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신이 초월적이며 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우리의 부족한 능력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완전한 신은 우리를 도와줘야 할까?  


먼저 신의 존재를 긍정해 보자. 신이 없다면 우리가 신을 찾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을 테니 말이다. 신은 전지전능하고 완벽할 것이다. 어렸을 때 본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감정에 휘둘리거나 자신의 이익을 좇는 그런 강력한 능력을 가진 '인간'과도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 신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자 이제 전지전능하며 완벽한 신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럼 완벽한 존재인 신이 만든 세상은 어떨까? 완벽해야 하지 않을까? 일부러 불완전하게 만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세상은 완벽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세상인데 신이 도움을 주는 게 말이 되는가? 신이 개입을 한다는 건 무언가 불완전한 것이 있기 때문일 텐데 완벽한 존재가 만든 완벽한 세상인데 불완전한 무언가가 있다? 이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불완전함을 인정한다면 신의 불완전성도 인정해야 한다. 아니면 혹시나 신이 일부러 불완전함을 의도하고 이 세상을 창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신이 개입을 할 이유는 없다. 그 불완전함이 바로 신의 의도인데 다시 신이 개입하여 바로잡으려고 한다고? 너무나도 이상하다.  


앞서 이 세상의 완벽함을 가정하였지만 우리가 느끼기에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어딘가는 물에 잠겨가고 있다. 또한 전쟁과 각종 범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범지구적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잠깐 눈만 돌려도 주변에는 부족한 것들 투성이다. 그런데 이 세상이 완벽하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신의 관점에서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느끼는 온갖 것들도 신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완벽을 위한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오직 신이, 신만이 완벽하다고 보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은 개입하지 않는다. 


약간은 우울한 결론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온전하게 이 세상을 우리에게 넘겼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신이 우리를 믿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다고 하더라고 창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피조물들이 자멸해 가는 것을 원치는 않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신의 개입이 없는 이상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사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신의 의도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 가끔은 신을 찾을 것 같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신이 작은 변덕을 부려 내 소원하나쯤 들어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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