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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Oct 30. 2023

외모는 왜 점점 중요해지는가

여유 없는 당신의 선택

'잘생기면 뭐가 좋아요?'

잘생긴 것으로 유명한(?) 연예인에게 이런 질문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꼭 잘생긴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 답변이 있을 수 있으나 정리해서 한 줄로 요약을 해보면 아마 '쉽게 호감을 줄 수 있다.'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쉽게'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여기 α라는 사람이 있다. α는 사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동일한 정도의 호감을 느낀다.


1. 일정 수준 이상의 노래실력

2. 좋은 인성

3. 잘생긴 외모


α는 앞으로 세명의 사람(A, B, C)과 각각 한 번씩 만나게 되며, 모든 만남이 종료된 이후 α는 가장 호감을 느낀 한 사람을 선택한다. α가 만나게 될 이 세명은 각각 A부터 순서대로 α가 호감을 느낄 정도의 노래실력(A)과 인성(B) 그리고 외모(C)를 하나씩 갖추고 있다. 나머지 조건은 모두 같다.


자, α가 선택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α는 C를 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α가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의 만남에서 노래실력을 알거나 그 사람의 인성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오직 외모만이 한 번의 만남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조건을 조금 바꿔보자. α는 세 사람을, 각각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만난 후 선택을 한다.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우리는 이제 그 답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가정은 현실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α는 그리고 여유가 없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리는 그 정도로 다른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C를 선택할 것이다.


결국 외모가, 좀 더 넓게는 외적인 모든 것들이 점점 더 중요 해진 건 우리가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판단해야 하니 오직 외적인 것만이 선택의 유일한 판단근거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외제차를 선호하는 것도 옷의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결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유튜브의 썸네일을 자극적으로 뽑는 것도 모두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가 외모지상주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α의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외모를 보고 선택한 α에게 우리는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α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보다 폭넓은 선택지를 갖는 것은 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것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 그리고 우리가 선택지 밖에 존재하지 않게 하는 것 그 자체로도 우리가 여유를 가지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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