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스스로의 책임이 될 때까지
길을 걸어가고 있다가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한다. 요즘같이 다른 사람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못 본 척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 학생에게 다가가 한마디 한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되지'
그러자 그 학생이 이렇게 답한다.
'왜요?'
'왜냐고?'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그냥 너무나도 당연하게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왜 학생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아니 근데 진짜 왜 안되지...?
이런저런 곳에서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바로 건강상의 이유이다. 실제로 똑같이 담배를 피우더라도 성인이 되고 나서 피우는 것과 청소년기 때부터 피우는 것은 유의미한 차이가 있고 당연히 청소년기 때부터 피우는 것이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서 중독도 더 빠르게 되고 중독이 될 확률 자체도 더 높다고 한다.
여기까지 알아본 후 아까 학생의 질문에 답을 한다.
'지금부터 흡연을 하면 중독도 더 잘되고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커'
그러자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내 건강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리고 성인이 된다고 해도 악영향이 조금 줄어들 뿐이고 어차피 나쁜 건 똑같은 거 아닌가? 만약 성인이 되어서도 청소년기때와 마찬가지의 영향을 받는 성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도 이렇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할 건가? 아니지 않은가? 근데 왜 나한테만 이러는 것이냐'
흠... 뭔가 기분이 안 좋은데 또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심지어 청소년의 흡연은 불법도 아니다. 다만 청소년에게 담배와 술을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흡연 그리고 음주라는 행위가 참 특이하긴 하다. 다른 조건 없이 오직 나이 하나로 달라지니 말이다. 눈앞에 저 학생이 몇 년 더 지나 성인이 된다면 지금과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건강을 염려해서 금연을 권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저 학생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난다고 피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냥 무작정 안된다고 하기도 그렇고 말이다.
내 생각에 길을 걷고 있던 내가, 그리고 우리가 흡연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이다. 바로 우리가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스컴에서 성인 흡연율 문제와 청소년 흡연율 문제를 다룬다고 하자. 똑같은 흡연율 문제로 보이지만 내용을 전달하는, 그리고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차이가 크다. 성인 흡연율의 경우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하니 흡연을 줄이자' 정도라면 청소년의 흡연율은 시작부터 '우리'사회의 문제라는 타이틀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흡연율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들어가는 대부분 아니 모든 문제에서 그렇다. 모두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호한다. 청소년들을 나쁜 것으로부터 지켜낼 의무를 진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술, 담배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상관없다. 나쁜 걸 알고도 했으니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된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누가 지켜달라고 했나? 근데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지켜준다고 했나? 하지만 우리는 법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미 해버렸다.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을 때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판매자만 처벌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는 학생은 아직 스스로의 본인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으며, 그 책임을 사회가 대신해서 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구성원의 하나로써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로 학생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나도 어느 정도 지고 있기에, 그리고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어느 정도 지고 있기에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학생이 내 말을 들어줄까? 그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