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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Mar 14. 2024

상식이란 게 뭘까?

미국의 수도는?

'미국의 수도는 어디일까요?'


과거 약 10년 정도 아니면 그보다 더 전에 한 예능프로에서 나왔던 상식퀴즈 문제이다. 그 당시에는 이런 종류의 상식퀴즈를 출연자들에게 내는 프로그램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좀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말이다. 보통 예능에서 이런 퀴즈를 많이 냈는데, 출연자들이 '상식'퀴즈를 못 맞추고 이상한 답을 하는 게 일종의 웃음 포인트였다. 


나는 그런 상식퀴즈를 보며 속으로 참 많이 놀랐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답을 아는 문제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수도를 다 외우고 있는 건가?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다행인 건 내가 연예인이라거나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기에 나에게 상식퀴즈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다행히 유유상종이 맞는 말인지 내 주변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상식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말이다.(속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다. '바를 정(正) 자 아세요?'


처음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아니 나를 무시하는 건가? 바를 정자를 아냐니? 지금은 많이 까먹긴 했지만 한자자격증(어문회 2급)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바를 정자를 아냐고? 물론 내게 그 질문을 한 사람은 내가 한자자격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말해 바를 정자 정도는 상식 아닌가? 


자, 이렇게 상식 논란이 시작된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일단 상식이란 게 뭘까? 사전적 정의를 보면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고 나온다. 쉽게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어떠한 지식이 상식의 수준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기준을 잡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주 좋은 기준이 있다. 바로 의무교육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중학교까지는 헌법상, 고등학교는 법률상의 의무교육으로 알고 있다. 그럼 이제 초,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는 지식들을 상식의 기준이라고 해보자. 


이 기준에 따르면 과연 나는 상식이 있는 사람일까? 우리는 상식이 있는 사람일까? 최소한 나는 상식이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때 뭘 배웠는지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으며, 내가 관심이 있거나 당장 구직에 필요한 지식들에 대해 배우기도 바쁘다.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의무교육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모든 학생들이 다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문과, 이과를 나눴기에 문과인 학생들은 이과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이과인 학생들은 문과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또한 통합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모든 과목을 다 배우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이 수능에서 볼 과목만 집중해서 배운다. 그럼 각 사람마다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면 될까? 아니면 선택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공통으로 배우는 것들만을 상식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까?


내 생각에는 무언가를 알고 모르는 것은 상식논란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지식은 도처에 널리고 널려있다. 몇 백 년 전 아니 아무리 가깝게 잡아도 수십 년 전처럼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에 검색해 보면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태도'이다. 모른다고 무시하려는, 몰라도 배우지 않으려는 태도 말이다.


우리는 보통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거의 대부분 검색하면 나온다. 알고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게 타인에게 자랑할 만큼이라거나 누군가를 무시해도 좋을 지식인 경우는 매우 매우 드물며 자랑은 몰라도 무시해도 좋을 경우는 아예 없다. 또한 내가 어떠한 것을 모른다고 해서 큰일이 난다거나 잘못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직업적인 경우가 아닌 어디까지나 상식이라는 범위 내에서)


더 알면 알려주고 모르면 배우면 된다. 현대에서 지식이란 그런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과 믿음이라는 상식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몰라? 가 아닌 모를 수도 있지라고, 왜 알아야 돼? 보다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괜한 논란과 논쟁으로 힘 뺄 필요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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