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절인가?
시간이 어느덧 흘러 벌써 11월 말이 되고 말았다. 2024년도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되니 언제나 그렇듯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자기반성과 함께 약 반년 전에 끊어둔 1년짜리 헬스장 이용권을 이제야 제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의 4층에 위치하고 있다. 어차피 운동하러 가는 것이니 4층 정도야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겠으나,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것과 그것은 다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얌전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타고 올라간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이용이 늘면서 나에게 아주 작은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닫힘 버튼을 눌러야 하는가'이다.
인터넷에 슬쩍 검색해 보니 한국인을 괴롭히는 방법 중에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못 누르게 하기'가 있을 만큼 우리는 닫힘 버튼을 거의 습관적으로 누른다. 그것도 연타로 말이다. 뭐 사실 혼자 타거나 했을 때는 문제가 없다. 닫힘을 누르든 말든 별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과 함께 탈 때 일어난다. 내가 버튼 앞에 서 있다면 나는 꼭 닫힘 버튼을 눌러야 할까?
사실 나는 닫힘 버튼을 잘 누르는 편이 아니다. 현재 나의 상황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문제 아닌 문제가 되곤 한다. 그것도 자리가 버튼 바로 앞자리라면 말이다. 그 자리에 서서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한편 모두들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 나도 엇 하면서 닫힘 버튼을 누르곤 한다.
닫힘 버튼을 누르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예절이 된 것일까?
어떤 나라에서는 닫힘 버튼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버튼은 있는데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아예 닫힘 버튼이 없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런 나라들은 왜 이렇게 해 두는 걸까?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찾아보니 모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탑승시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닫힘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 문이 더 빨리 닫히면 어쨌든 그만큼 엘리베이터는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크게 생각해 봤을 때 결국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닫힘 버튼이 효율의 문제를 떠나 타인과의 단절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이다. 그냥 다른 사람과 이용하는 것이 싫어서 저기서 달려오는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일부러 닫힘 버튼을 눌러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당연하겠지만 공용이다. 그 장소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이걸 새로운 하나의 예절로 받아들여야 할까? 당분간은 엘리베이터 이용을 보류하거나 타더라도 버튼에서 멀리 있는 자리에 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