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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인사

어여쁜 사람들

by 윤혜경

아침 일찍 옆지기가 운전하는 차로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이동 중 운 좋게 빈자리가 있어서 행복하게 앉았다, 늘 반쪽 덕분에 편하게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걷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 하지만, 출발할 때는 늘 마음이 급하다. 요즈음은 자주 아프기까지 하니, 그이의 도움을 요긴하게 받으며 결혼생활의 고마움을 실감 중이다.


나와 대각선으로 앉은 젊은이가 빈좌석에 앉으며 서너 자리쯤 떨어진 곳의 사람과 목례를 한다.


'?'

'아하~'


나이 든 중년부부가 서있는데 앞에 빈자리 한 칸이 생겼나 보다. 그 부부가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빈자리 옆에 앉았던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한 거다, 좀 떨어진 곳의 빈자리로 옮겨가며.


나도 가끔 동행인 두 사람이 함께 앉도록 자리양보를 한다. 연인들이나 동반자로 보이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 덕분에 딸과 지하철에서 나란히 앉은 날


하여 나란히 앉게 된 중년부부가 젊은이에게 눈인사와 감사의 목례를 보내고, 젊은이도 눈인사와 함께 목례로 답례하는 모습이 문득 내 시야로 들어온 거였다.


토요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샤워 후 나선 이른 아침 이동 시간에 마주친 낯선 이들의 눈인사와 감사가 담긴 목례의 따스함은 그들의 상황과 무관한 내 마음에 작은 '행복 돌(石, stone)'을 놓았다.


"산다는 게 그런 거지.

빈손으로 와~"


귀요미 중년가수 김연자선생님의 노래가사처럼 '산다는 게 그런 거'라는 생각이 요즘 많다.


다른 이를 배려하니 빈손의 생이 더불어 행복하지 않은가? 보는 이까지 흐뭇하게 만든 젊은이의 배려였다. 나이 지긋한 부부의 정중한 감사 목례 또한 좋아 보였다.


이른 아침 낯선 이들의 행복한 인사 나눔 덕분에 나의 오늘 미팅은 덩달아 즐거울 듯하다. 좀 선한 의도를 품은 사람들을 많이 보고 싶다, 마음도 덩달아 선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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