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숲 Nov 27. 2023

아줌마? 와 비혼 아줌마의 중년.

제2화. 나-너의 관계 선물

다시 보길 바라던 마음을 뒤로 회장 오빠가 떠났다. 50대 중반..., 죽음이 이르다고 느껴질 만도 한데, 요즘은 낯설지가 않다. S사의 임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지인 오빠도 젊다고 느낄 때  떠났다. '헐, 갑자기?........., ' 아이들도 어린데... 실신한 아내에게 뭐라고 할 수 없어, 먼발치서만 보고 왔다.


회장 오빠의 조문은 좀 나은 것인가?? 웬걸,  '오빠, 아프니?'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마음이 남는지 '미안해', 하며 운다. ㅠ 


울기도 하는 애도 속에서 한 무리의 아저씨들을 만났다.  어?? 자세히 보니 한 살 위 동기 오빠들이다. '이제와 후회가 되는 건 한번 안아주지 않은 거야'. 청년시절 교사로 섬겼던 오빠가 눈물 그렁하며 전한다. 안아줄걸......, 후회의 눈물을 닦는다. 떠난 이를 애도하는 자리에 다양한 마음이 남는다.


'다시 일하고 싶어 했는데..' 회장 오빠의 아내가 또 운다. '짜식, 좀 더 살지', 금융권에서 일하던 오빠도 속상해한다. 홀짝홀짝 술을 마시는 오빠는 고통스러운지 말이 없다. '나도 암이었다',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왜 이리 암이 많은지..., 만성질환에 속하는 암은 전 세계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식생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보고된다(WHO). 암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 흡연, 불규칙한 식습관을 다룬다. 운동이 필수이고, 균형 잡힌 하루 식단을 강조한다. 그런데?? 홀짝이는 오빠의 사정 들으니, '그만 마셔' 소리도 사라진다. 아휴.


비혼 아줌마의 마음 읽었는지,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했다' 한다. '셋이서?? 뭐 하며?', '그냥!!!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랬다'. 쉬이 쉬이 다니며, 찍었던 풍경도 보여준다. '어땠어?', '자유롭더라' 한다. 참, 열심히 애쓰며 살아왔나 보다, 싶다.


실존주의에서는 열심히 애씀을 주체적인 삶의 반응으로 본다. 스스로 반응한 결과로 내(ego)가 누구인지,  왜 살아왔는지에 대한 의미가 찾아진단다. 의미의 발견은 마틴 부버(Martin Buber)에 의하면 나-너의 관계 맺음이 주는 선물일 수 있다.


"아빠에겐 아빠가 없는데, 아들에겐 아빠가 있네요" 하더라. 아저씨 셋 중 한 오빠가 전한다. 아빠-아들의 관계 맺음이 준 선물, 뿌듯한 나(ego)를 발견한 것 같다. 오~~ 하니, '방황하는 시간도 있었다' 한다. 어찌 그렇지 않았겠는가? 아빠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아들이 믿어주는 심리적 아빠가 되었다. 자기(self) 존재의미가 찾아진다. 아빠-아들의 깊어진 관계 속에서 말이다. 


비혼 아줌마의 엄마도 그러셨다. 엄마가 없었는데, 엄마 되려니 무척 힘들었다고. 때로는 좌절도 맛보았고, 열심히 애씀이 어려우셨다고. '엄마, 후회 안 해?' 하니, '뿌듯하다' 하신다. 관계 맺음을 위해 최선을 다한 자기(self) 존재에 만족해하시며, 그러신다. 


떠나간 회장 오빠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나-너의 관계 가치, 마음에 담아왔다. 죽음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았는지? 답해야 한다면, 열심히 맺어온 관계 선물, 그 의미 전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