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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에서 '무' 빼기.

by 이완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습니다.

출근 시간이 되면, 계속 준비를 미루다 뒤늦게 챙기고 나갑니다. 아슬아슬하게 출근하고 나면,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갑니다. 의욕이 없을수록 일은 더 파고드는 듯합니다. 일은 계속 밀리고, 실수는 많아집니다. 정신 차리라는 듯 문제가 발생합니다. 늘 바쁘고 힘든데, 막상 성과를 적은 것은 없고 인정도 받지도 못하는 듯한 기분에 더 쳐집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가면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에 자극적인 음식이나, 간식거리를 집어듭니다. 그러곤 즐겁게 해 줄 것들을 찾아봅니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책, 게임 등. 피식 웃으며 볼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즐거운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그냥 내용이 궁금해 보지만, 어느새 조용한 새벽시간이 찾아옵니다. 화면을 끄고 나면, 오늘도 이렇게 보냈다는 죄책감이 몰려옵니다. 부족한 잠을 깨면, 다시 어제처럼 피곤한 몸으로 집을 나섭니다.

무기력한 상태에서 가장 힘든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한, 우울한 기분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처지는 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모릅니다. 재밌는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를 만나서 웃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무기력을 해결할 수는 없었어요. 한 번씩 힘을 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가만히 앉아 쓸데없는 것들을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불편한 감정에, 다음번 시도는 더욱 멀어집니다. 사람들은 무기력을 극복할 때, 쉽게 이야기합니다. 작은 습관을 만들어 봐라, 우선 밖으로 나가봐라, 좋아하는 걸 해봐라 같은 조언들을 듣고 또 시도해 봤지만 무기력을 벗어날 수 없었어요. 작은 습관을 유지할 힘이 없었고, 밖으로 나가 누구를 만나도 그 효과는 지속되지 않았어요.

'무'기력에서 '무'빼기

제가 실제로 무기력을 해결하는데 효과를 본 것은 '마음 챙김' 습관이었어요. 매일 아침과 저녁에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어요. 시작을 하면서도 이 습관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난생처음으로 4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습관이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마음 챙김은 나를 끌어내리는 감정을 다루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마치 매를 맞기 전이 더 무서운 것처럼, 감당하기 힘들어 재밌는 영화나 누군가를 만나며 시선을 돌리는 게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든 것 같아요. 오히려 마음 챙김을 하면 그 불편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마주함의 순간이 두렵지만, 그 순간 이후에는 한 결 가벼워집니다. 그 가벼운 상태일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지속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에서 무를 땔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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