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지적과 지시를 참 싫어했어요. 지적은 비판으로 들렸고, 지시는 명령으로 느껴졌어요. 할 생각을 하다가도 누군가 시키면 하기 싫었고 지적을 하면, 그 내용을 듣기보다 기분이 나빠 삐딱하게 반응했어요.
자라면서 가족들과 정말 많이 부딪혔습니다. 부모님은 규칙에 맞는 삶을 살아오셨고, 또 자식들도 그러길 원하셨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품위 없는 사람이고, 기본이 되지 않은 거라 생각하셨고 또 그렇게 세상을 보길 권하셨죠. 형은 그런 기대에 잘 맞는 아들이었고, 저만 홀로 청개구리 신세였죠.
사춘기 때에는 갈등이 극에 다라 소리도 지르고, 매일 같이 다퉜습니다. 제가 말만 집안 분위기가 박살 나는 것 같았죠.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가출도 시도했어요. 이 집에서 나가, 성공해서 잘 살겠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지금 보니 부모님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집에서 강하게 단련된 덕인지, 학교에도 회사에서는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었어요. 인기는 없지만 자주 반장을 했었죠. 다른 사람들에게 마저 청개구리가 되어 힘든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밖에서는 늘 가면을 쓰고 있었죠. 괜찮은 척, 규칙을 잘 따르는 척. 그래서일까요? 저는 자주 외로웠고 주변에 사람도 많지 않았죠.
한 번씩 제가 다른 나라 사람이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어요. 특히 유럽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유럽을 동경한 것도 뭔가 제 성향과 잘 어울릴 거란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고, 자유로워 보였죠. 대학교 졸업할 때쯤이 되어, 처음으로 유럽에 갔어요. 하지만 막상 도착한 유럽은 많이 불편했습니다. 마트도 일찍 닫고, 처리 속도도 늦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도시임에도 도시 곳곳에 오줌 냄새가 나고, 잘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빠르게 다들 퇴근하는 문화와 고객을 왕으로 모시지 않는 태도, 그리고 특이한 옷과 행동에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태도와 실제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깨끗함과 질서 있고 빠른 환경을 많이 그리워했죠.
한 영상을 보면서 제가 느낀 이 감정의 근원을 잘 설명해 주는 영상이 있었어요. 유튜버 '뉴욕털게'님의 영상이었죠.
한국은 존재보다 규칙을 중시한다. 유럽은 규칙보다 존재를 우선시한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었어요. 어떤 게 좋다는 의견도 아니었죠.
한국이 규칙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 덕분에 모두들 자신의 역할을 잘하며 체계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했죠. 하지만 문제는 그 규칙에서 적응하지 못해 변두리에 있는, 혹은 그 규칙 안에 있지만 스스로 벗어난 사람이라고 여기는 20%의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느낄 거라고 했고, 20%에 속한 저는 너무 반가웠어요.
‘뉴욕털게’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존재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마음이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난 5일간 회사에서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제 존재 가치를 더 높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직업이죠
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저 사람도, 존재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내 기대와 달리 자신의 역할을 못해내는 사람 역시 존재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말을 조금 더듬어도 나는 충분한 존재가치가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다.
다가온 연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요일이 되니 작성할 문장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이 바빴고 불편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 제 기분은 맑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