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관찰 예능에는 화려한 빌런이 존재합니다. 빌런의 행동과 말은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씹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빌런의 시그니처 말투나 행동은 밈이 되고, 빌런은 모두가 비난하고 조롱합니다. 그 밈을 이해해 트렌드에 동참하려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저 역시 그중 하나로, 말투를 따라 하며 조롱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꽤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관찰 예능들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빌런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빌런으로 나왔던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아닌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빌런과 비교되어 찬사를 받던 사람도 숨기던 실체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진짜 빌런이었다는 상황도 있었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에 편집과 과장이 들어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최근 한 음식 경연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를 의도적으로 빌런으로 보이게 하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지 유튜브에는 빌런의 실제 모습을 알리고, 악마 편집한 제작진을 비난한 유튜브 영상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그 빌런의 존재가 없었으면 그 경연을 끝까지 긴장하며 봤을까 생각해 보면, 확실히 쇼의 재미는 떨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실 뒤로 갈수록 참가자가 줄어 긴장 요소가 사라졌는데, 빌런의 존재가 그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원장은 이런 관찰 예능이 한국의 인간관계 기준을 너무 높인다고 경고합니다. 부부, 부모, 연인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관찰하는 예능이 등장하면서 사회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기준이 너무 많고 높아진다는 지적이었죠.
사람은 다양하고, 실수도 하고 욱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런 행동을 하면 전 국민이 조롱하고 놀리는 문화가 생겼다는 거죠. 마치 모든 관계에서 말과 행동에서 나이스 하지 않으면 빌런이 됩니다. 이 상황이 그 쇼를 재밌게 본 대중들에게 나타나는 거죠.
정우열 원장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사람은 별로라는 생각을 갖는 거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별로라는 생각을 하면, 높은 기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해결책을 보며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는 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늘 제가 따라 할 롤모델을 제 그룹에서 정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 실수를 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크게 실망하고 비난했죠. 또 다른 롤 모델을 찾아 늘 저를 비교하고 힘들게 했죠.
정우열 원장이 준 모든 사람이 별로다라는 생각은 한결 세상을 여유롭게 보게 합니다. 완벽하디 않아도, 나이스 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줍니다. 다음에 관찰 예능을 볼 때 모든 사람은 별로인데 누가 포장되고, 누가 타깃이 되어 편집되는지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