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by 물냉이

할미꽃


햇볕 가득한

무덤가

뿌리 깊게 내려

지나는 발소리

기다리던 님인가

얼굴 붉히다

부는 바람

백발 날리고

해저물 무렵

가녀린 어깨 떨구는.


4월이 가고 있습니다. 진보라 꽃잎에 비로드(벨벳) 같은 털을 고르던 봄날은 한장씩 떨어져 나가고 흰 머리를 헤쳐풀고 저녁을 맞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꽃이나 봄날이 가면 추레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관심의 촛점일 뿐입니다. 꽃이 지고 난 후에 할미꽃은 잎을 더 키우고 뿌리를 불려 겨울을 준비합니다. 봄날의 기다림과 갈망은 스스로를 더욱 성장시키고, 그렇게 한해 두해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