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열면 보이는 것들, 오월의 비

by 물냉이

오월에 내리는 비


비가 온다. 오월에, 어린이날의 푸른 하늘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비가 온다.

오월의 비는 하늘을 먹빛으로 적시고, 신용카드 포인트 주듯 땅들의 모든 것들에 조금씩 짙음을 부여한다. 오월에 내리는 비는 이월처럼 차갑지 않다. 오월에 내리는 비는 시월처럼 아리지도 않다. 생명력이 가득한 오월의 비는 팔월처럼 시원하지도 않지만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준다. 오월비는 자라는 것들에게 꿀맛같은 단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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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들 하고 있었습니다


봄은 인내의 겨울을 넘어 웅크린 것들을 꽃으로 쏟아내는 기다림과 열망의 계절이다. 봄은 거저 오는 줄 알았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어느새 겨드랑이에 땀이차고, 푸른 잎들은 저절로 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리는 비에 먼지 이는 가슴을 가라 앉히고 보니 자라는 것들의 노력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냥 어영부영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다들 열심히 살고 있었다. 다만 세상의 변화에 무심한 이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채 봄을 흘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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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바쁘게 살다보면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빠른 열차에서 바깥 풍경은 뒤로 밀려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죽어라 달려도 처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나 걷기보다는 차를 타거나, 차보다 빠른 열차를 선호한다. 우리는 그걸 성공이라 표현하지만 뒤돌아 보면 그저 여유없는 삶일 뿐이다. 달리는 속도를 낮추고 마음을 조금만 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비에 젖은 소나무의 꽃가루들은 자신의 임무를 실패했지만 분명 어딘가 있을 다른 형제들이 대신 목적을 이루었음을 알고 있다. 매말랐던 백량금에게 비는 꽃을 피우는데 최고의 선물이 된다. 잔대와 도라지들은 비로 진딧물들을 씻어내고 있다. 삼지구엽초들은 잎사귀에 맻힌 물방울을 잡고 오후를 씨름한다. 다들 자신들의 속도로 비를 맞이하고 있다. 나도 나의 속도로 오월의 비를 맞이해 본다.

당신은 오늘 얼마만큼 비에 젖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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