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보이는 대로
가로 누운 절리가 파도에 귀를 기울일 때
산을 넘는 석양을 등지고 그가 걸어 온다.
발걸음 마다 자그락 거리는 몽돌의 평원을 지나
투덕투덕 돌들이 굵어져 피로가 발목에 걸리면
절리의 한켠에 앉아 물결에 발을 담근다.
안개 속에서 퍼지는 별빛들이 물을 길으면
펄떡거리는 오징어들 먹물을 쏘며 오르고
그렇게 선상의 하루는 잠들 줄 모르는데
찰박거리는 파도에 조금씩 붓기가 가라 앉는다.
울산의 바다를 걷다 조그만 돌하나를 만났다. 해는 가뭇거리며 지고 있었고, 바다에서는 짙은 안개가 전함처럼 밀려왔다. 하루를 바닷 바람을 맞은 몸을 잠시 어디고 기대고 싶어 바닷가의 바위 위에 잠시 앉는다. 파도가 찰랑거리며 발을 담그라 하고 멀리 오징어 잡이 배들이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한다. 나에겐 휴식의 밤이 저들에겐 근로의 시간이다. 반질거리는 몽돌들 틈에서 황금빛 돌을 마주했다. 가늘게 뻗어온 석양의 잔광은 돌을 반짝거리며 빛나게 했다. 석양이 가라앉자 돌은 빛을 잃었지만 엘도라도의 황금은 수많은 돌틈에서 그 상징의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빛을 잃은 돌은 누구에게는 황금이 아닌 똥으로 보일 수 도 있다. 둥그러니 생긴 모양이 그 또한 맞는 말이다. 세상은 그렇다. 보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돌은 그저 돌일 뿐이지만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돌이 되기도 하고 금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지금 당신 앞의 돌하나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