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사과

by 물냉이

멍든 사과


문자가 왔다

멍든 걸 사진 찍어 보내라고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라고

그러고 보니 산들을 쏘다니다

몸에든 멍을 찍어 본 적이 없다

어차피 때가되면 옅어지다

사라지려니 했다.


사과의 멍은 깎으면 선명히 드러난다

도둑이 제발 저리듯 부끄러웠다

새콤한 맛과 달큰한 향은 가려지고 말았다

서둘러 멍을 잘라냈다

껍질이 거친 사과 하나가 손에 잡혔다


바지를 걷자 청미래덩굴 가시에 긁힌

상처가 드러났다. 바느질 자국처럼 맺힌

피가 굳어 있었다.

그냥 놔두면 금방 딱지가 지겠지만 운이 없으면

반질거리는 흉터가 꽤 오래 갈것이다


상하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 문자가 왔다

잠시 다리에서 사과향이 났다.


[겿]

사과의 멍을 찍다보니 산속을 돌아 다니다 바위에 부딪치거나 덤불에 긁힌 상처들이 생각났다. 사과를 찍어 보내라는 건 판매자에게 새로운 사과로 대체 받으려 한것이었는데 바꾸어 주지 않았다. 대부분 멍이 든 사과를 깍다 내 몸 속도 이렇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과를 판 사람도 바꿔주지 않았는데, 멍든 몸을 바꿔 줄리도 없고,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