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서해를 보며 바람의 날을 세우는 곳
곱게 부서진 영혼들이 날아와
쌓여 사구가 된 바닷가에는
갯그령들 마른 줄기를 털며 겨울을 난다
목적 없이 해 저무는 길을 따라 걸으며
겨울 잠터 같은 집과
뜨거운 콩나물국 생각을 한다
돌아가고 싶다
이 길의 시작과 진달래 피는 산길
황량한 땅에서도 띠들은
물을 올리고 잎을 키워
빽빽이 스크럼을 짜며 살아간다
좁은 집에서 어깨를 맞대고 사는 이들
억새들도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를 떨 뿐
여린 줄기들이 가슴에 이르기 전에는
스러지지 않는다
허리를 곧게 펴고 모랫벌을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