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날이 추워지나 봅니다
보일러가 몇 시간째. 돌아가고
덜컹거리며 창문을 흔드는 바람도
멈추지 않습니다
방바닥에 누워 살에 갇힌 창을 봅니다
가로등 불빛이 스며든 벽에는
낯선 그림자가 저벅거리며 골목을 지나고
졸인 마음은 어쩔 줄 몰라
서늘한 방공기로 삐져나온 발을 움츠립니다
머릿속에선
함백산 야생화 꽃밭을 이루었는데
좁은 방 십이월의 어둠이
가로등 불빛처럼 졸고 있습니다
걷기여행자. 싱거우면서 쌉사름하고, 납작 깔리다 불처럼 일어서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