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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May 17. 2023

산 아랫집

산 아랫집


그 집 뒤 산자락 어딘가에 물 웅덩이라도 있는지

한 움큼  길에서  들어간  낯선  마을에는

개구리울음이 어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넘치는 소리들은 마당까지 흘러와 폴짝거리며

시멘트 바닥 위를 뛰어다닌다

방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창문을 여니

청개구리, 참개구리, 무당개구리, 계곡산개구리가

튀어 들어온다

울음으로 벽을 넘는 생물들, 어느 바닷가에선가

밤을 새우던 옆방의 소리를  떠올렸다

그것은 신음 같다가도 어느 순간 흐느끼는 울음

같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 있는 것들은 경계를 넘으며

이야기를 짓고 이야기는 시간을 따라

신화가 되곤 했다

장거리 여행이 늪처럼 뒤통수를 끌어당기는

피로에 의지해 잠이 들었으나 곧 깨어났다

새소리도 가끔씩 지나가는 차소리도 멈추고

개구리들의  움직임도 들리지 않았다

논물이 채워지는 봄날 몇 날뿐인 번식기도

깊은 밤에는  쉬어 가는 것일까

사랑도 이야기도 성스러운 신화도 잠들고 싶었을까

지푸라기 같은 소음들이 어두운 벽에

조금씩 흠집을 내고 있었다

눈이 감기지 않는 나는 숨죽인 채 소리 내는 것들을

허물어뜨리지  않고  하나 둘 속으로  헤아렸다

어느 결엔가  수정된  알  속에서  어린  올챙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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