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이 보이는 창가
여름은 이제 막 절정을 넘어
새벽이면 이슬 묻은 풀벌레
열린 창으로 노랫 소리 더욱 짙어졌고
모감주나무는 갈색의 열매 속에
동화사 염불을 차곡히 쌓고 있다
여행처럼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운명은 불현듯 찾아와 가만히 바라보며
기쁘거나 슬프거나 가지런하지 못한
기억들을 봇짐처럼 싸들고 손을 내민다
사냥인지 잔잔한 물가를 서있는 왜가리
잔디밭 왕바랭이 잎에 달려 풍경이 되었다가
풀썩 튀어 오르는 방아깨비처럼
주말의 강변을 소리 없이 달리는 자전거
나도 가우라*도 바람 없는 강변에서
서걱거리는 갈대밭의 부지런한 몸짓을
따라 한다
아직은 여름 버드나무 처진 가지 물에 닿고
잉어들 얕은 물가를 찾아 청춘을 꿈꾼다
사랑하고 익숙해지고 무더위처럼
느티나무 아래 매미와 함께 졸다보면
어렴풋이 시원해지는 마음
조금만 더 게을러져 보기로 한다
금호강엔 초록 물들은 나무들이 천천히 흘러간다.
가우라 : 조경용 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