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에 내린 눈
누군가
앞으로 나아가며
가슴속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새벽의 모서리에 매달린
불면이
벅벅 구석까지 긁히며
검은 천장에 비껴 눕는다
날이 밝으면 누군가는
공치사로 길을 가고
꽁꽁 얼어붙은 세상
잠 못 이룬 나그네
늦은 길 서두른다.
* 해파랑길 29코스. 어제 하루를 비가 내리더니 저녁부터 진눈깨비로 변하고, 늦은 밤 눈으로 쌓였다. 누군가 새벽길을 쓸고 있다. 비가 안 쓸리니 가래를 사용하는지 인도를 긁는 소리에 깬 잠은 아침까지 다시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