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오래 묵으면 다 꽃을 피우는구나
노란꽃 빨간꽃 네모난꽃
동글납작한 꽃들이 저마다 피어
골짜기에서 햇볕 잘 드는 동산에서
저마다의 이름으로 계절을 게워 내는구나
시간이 흐르면 겨울 겪어 낸 나무들이
층층이 연륜을 쌓아 나름대로 세상에 서있다
봄이 되고 여름으로 피고 가을되어 지는구나
나이가 있는 것들은 꽃을 피워도 고양이처럼
양지를 찾아 눈을 껌벅이며 세상을 지긋이
바라본다
큰 나무들은 쓸모 있는 것들은 세상에 내주고
그루터기만 남아 맹아나 업적으로 내면서
세상이 변했다고 투덜거린다
그래도 좋다 할 일이 있으면 그걸로 감사하니
올해는 여름비에 몸을 적셔 느타리라도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