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늘 좋은 날

by 물냉이

하늘 좋은 날


오늘처럼 하늘이 푸른 날에는


걸어야 한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꽃잎을 잠재우고

느티나무 아래 고양이도

오후를 그루밍하는 날

작은 가방에 물 한 병 챙겨 넣고

운동화처럼 가볍게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박새소리 들으며

걷는다

이 땅 위에 아픔들 줄어들고

가자지구 아이들 깔깔거리며

다시 뛰어노는 그날을

걸음마다 기도 한다

오늘처럼 걸릴 것 없는 하늘엔

꽃만 세상 가득 피라고 주문을 외운다

봄망초 피어라 제비꽃 피어라

잔디밭 조개나물아 저 넓은 마당

보라로 물들여라

세상에 미소 짓는 모두가 꽃이 되어라

세상에 모든 이 열매 맺는 꽃이어라

오늘처럼 하늘이 푸른 날에는

오늘처럼 모두가 맑은 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