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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Apr 23. 2024

풀등

풀등


눈물  마를  때  풀등에  서라

발길  뗄 때마다  중력의  무게로

세상을  추억하는  모래 등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천천히  걸으라

나아가라

멈춘  것들이  갖는  긴장에서  벗어나

파도가  물결로  회유하는  모랫벌에서

천천히  시간들을  지워 나가라

대맛조개  구멍에  바닷물을  튕기고

말백합  오줌 싸는  뒷골목에서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감상하자

물을  머금은  육질의  모래밭을  뛰어

개울 흐르는  동편 능선 아래서

빈 병에 갇혀 묵상하는  수어들을

끄집어  내자

상처는 세월이  흐르면 아물겠지만

바다의  긴  호흡을  그대로 받아

울퉁거리는  모랫벌을  지나

흐린  바다에 잘피 피어난다

걷다  보면  걷어 올린 바짓단 적셔오는

물결에  잠겨 세상이 녹아들다

하나 둘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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