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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by 물냉이

처서


수돗물이 차가워지면 하늘을 보게 됩니다

구름이 높이 떠오른 저곳 어딘가를 걷고 싶어 집니다

환삼덩굴의 거친 잎에 갈색 물이 들고 있다는 걸

엽서에 그려 당신에게 보내려 작은 우체국을 찾아갑니다

이제 이른 새벽 창문을 열면 식은 별빛이 바람으로 스며들

이 짧은 계절에 수확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여름은 저 신작로의 끝에서부터 이 자리까지 땀을 흘리며

함께 걸어와 주었습니다

언제나 여름이고 싶지만 거친 호박잎에 덮인 조바심을

거두어내 노랗게 익은 청춘을 드러내야겠습니다

쪽파를 넣은 고들빼기김치가 익어갈 무렵이면

한 쪽씩 쌓인 고백들이 종이책이 될수 있을까요

감국 꽃을 보지 못해도 개다리소반에 막걸리 한 사발

쌉싸름한 안주 삼아 마시면 그만이겠지요

어머니가 널어놓은 고추가 빨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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