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세상은 다 제 몫이 있어
어느 출출한 겨울 저녁
지푸라기 묶은 통배추
거친 잎 몇 장 벗겨내고
쩍 가른 반을 잘 씻어
배추전에 겉절이며
노란 속고뱅이에
수육 한 점 올리면
그걸로 그만인 게다
* 해파랑길 5코스 : 진하해변을 출발해 덕하역으로 가는 길에 겨울을 견디고 있는 배추밭을 만났습니다. 사는 것이 언제나 수월하지만은 않듯, 배추들도 차가운 바람에 맞서 몸을 묶었습니다. 그저 웅크리고만 있는 것 같은 저 몸짓 속에서 서서히 채워져 가는 인생들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늦은것 같지만 인생에 늦은 때가 어디 있을까요. 알고 모르고의 경계만 있는 삶에서 하나씩 알아가는 묘미에 세상을 살아 보는 것도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