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에서
몸에 열이 나면 나는 추운데
너는 뜨겁다 한다
신열이 끓는 소한
대왕릉 앞을 어스렁 거리다
덜컥 무녀가 발치로 내던진
칼 두 자루로
노을드는 바다를 경계한다
그녀가 끊으려 한건
어설픈 역사의식일까
깁스를 한석탑에 등을 비추고
잠자는 용을 끄집어내었을까
대종천 물길은 말라 가는데
출구 막힌 금당에서 웅크린 용을
떨며 쓰다듬는다
누런 용의 옆구리에서 여의주를 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랑캐가 파도를 넘어도
거짓의 칼끝을 우리에게 겨누어도
깔깔거리는 아이들이 꽃을 피운다
몸살이야 밤을 넘기면 낫는다
더럽히지 마라 저들의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