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생존이 아니라 삶이다

by 물냉이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야, 난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낼 거야.

007 No time to die"


007 No time to die , 참고 Naver 영화


철이든 후부터 연초면 '어떻게 살까?'라는 고민을 한 번씩은 해왔다. 그렇다고 그 생각에 매몰되어 지내는 것은 아니고, 밀린 숙제 하듯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일이 더 많다. 과거에는 비디오를 빌려보다 영화 동영상을 얻어 보고, 지금은 케이블이나 넷플릭스 같은 것들을 통해 보고 있다. 내 겨울생활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대 숀커널리에서 시작해 6대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제임스 본드도 배우를 달리해왔다. 2021년에 개봉한 'No time to die'에서 007은 죽고 그의 동료 M은 "인생은 삶"이라는 추모를 남긴다. '산다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홍수이전 아담과 그의 자식들은 지금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장수를 한다. 아담이 930살을 살고, 셋은 912살, 에노스는 905살, 케난은 910살, 마할랄렐은 895살, 야렛은 962살, 에녹의 아들인 므두셀라는 969살, 노아의 아버지 라멕은 777살까지 산 것으로 나온다. 이들이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인간의 수명이다. 대홍수라는 큰 어려움을 겪은 노아도 950년을 살았다. 그런데 이 시기에도 좀 다른 인물이 있다. 야렛의 아들 에녹은 365살까지 산 것으로 나온다. 성경에는 평생을 하나님과 동행한 그는 하나님이 데려가셨다고 나온다. 교회에서는 에녹이 죽지 않았고(히브리서 11장 5절), 죽지 않고 하나님에게로 간 첫 번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을 생각하게 한다.


나무는 사람보다 훨씬 긴 삶을 산다. 용문산의 은행나무나 울릉도의 향나무는 수령이 1,000살이 더 된다고 한다. 이렇게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그들이 겪은 시간의 역사를 곱씹게 된다. 고목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든지 고목에게서 깊은 울림을 받게 된다. 내 삶의 많은 시간을 고목이 내는 주파수에 맞추려 애써왔다. 그것이 역사이고, 문화며 삶의 나이테였기 때문이다.

Ai에게 에녹의 이야기를 주제로 오래 사는 것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선택을 물어보니 아주 그럴듯하게 자신의 선택을 설명해 준다. 하지만 나는 Ai의 선택을 참고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Ai에게는 나이테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내 삶의 짧은 나이테들을 차분히 살펴보아야겠다. 나는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고, 성서 속의 인물도 아니다. 백세 시대를 산다 해도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만큼도 세상을 바라볼 시간도 되지 않는 게 우리의 삶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누릴 시간은 부족해도 나름대로 자신의 이론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IMG_8343.JPG 울릉도 도동항의 절벽과 향나무


매거진의 이전글그대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