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김남조 시 " 그대 있음에" 일부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가장 좋았던 건 폐 괄 식 도서관의 안을 마음껏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이야 대부분 개괄식 도서관이니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나 실험실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빼는 곳이 도서관이었다. 개괄식이 된 서고에서 오래된 책들의 냄새를 맡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위로이자 즐거움이었다. 그 먼지 쌓인 공간에서 서서 읽은 책들은 오늘의 내 인문적인 소양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어나 러시아 키릴문자들로 된 책을 펼쳐 놓고 내용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때는 시를 꽤나 좋아하던 때인데 구상이나 신경림, 신동엽 시인들의 시를 자주 읽었고, 정지용, 백석, 임화를 발견한 곳도 그곳에서였다.
도서관 앞 튤립나무 꽃이 향을 내뿜는 햇볕 좋은 늦봄 서고 귀퉁이에서 김남조시인의 시집을 만났다. '김남조 시집/동행(1976)'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데 그때는 그녀의 시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책방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대출을 해 제본을 했는데 책값보다 더 비싸게 나왔던 기억이 남아 있다.
2025년의 마지막날인 오늘 송창식의 "그대 있음에"를 듣는데 다시 울림이 들려왔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을 놓고 산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귀를 닫고 산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는데.......
새해가 되면 이제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할까 보다. 서고의 오래된 냄새를 떠올리며 사람들의 먼지 쌓인 지혜들을 툭툭 털어 나의 길라잡이로 삼아야겠다. 20분 정도 남은 한 해의 마디를 이렇게 타고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