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포
오늘 갈 길은 아직인데
해변 나무의자와 함께 누웠다
저기 먼 산에서 햇빛이 가물거리고
밀어 낼 때마다 일어서는 파도
자갈에 부딪혀 거품물을 때쯤
멀어져 가는 경운기 소리
비닐 봉지에 우럭을 들고온 이들은
목탁을 따라 합장배례하고
바람이 발끝을 따라 무릎 뒤로 흐르면
낮은 물결에 출렁이다 깊은 바다로
떠나가는 소망들
누운 얼굴 위로 쏟아지는 따스함
가슴으로 잦아드는 관자재보살
눈을 감고 가볍게 숨을 내쉬며
웅얼거림 가득한 정오, 누워있는 월포.
* 용두교를 건너 소나무 창가에서 초병서는 펜션을 지나 바다로 간다. 바다에 손내미는 서정천은 하구 마지막에 잠시 망설인다. 바다로 나가면 자신의 존재는 사라진다는 것을 느꼈을까. 잠시라도 먼길 흘러온 물이 스스로 돌아보라고 바다는 모래를 쌓아 사구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 월포해수욕장은 긴 모래밭이 한참을 가도 끝나지 않는다. 북쪽의 청하천과 남쪽은 서정천은 자신들의 모래 공급 능력을 뽐내기라도 하려는듯 상류에다 가늠하기 힘들정도의 모래를 감추고 있다. 걷다가 지친이들은 안다. 해가리개도 등받이도 없이 모래밭에 놓인 긴 의자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벌렁 의자에 눕는다. 며칠을 걸은 발은 무겁고 퉁퉁 부어있다. 신발을 벗고 무릎을 접어 의자 위에 발을 올린다. 무릎을 올리니 귀가 열린다. 파도가 반복적으로 숨을 쉬고, 까치 한마리 곰솔 위에 앉아 겨울의 추위를 투덜거린다. 양말을 벗은 나는 시원하다. 까치도 나도 서로 제 하고 싶은걸 하고 있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제를 준비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정월 보름이다. 집에서 부럼이라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다.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절을 하고, 방생을 하는 동안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게송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들이 자꾸 눈을 감긴다. 월포의 바다가 점점 깊이 가라 앉는다.
해파랑길 18코스, 정초 사람들은 큰달을 맞아 큰바다에 보시를 한다. 무리지어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합장배례다. 보라색 염불은 바다에 풀어져 하늘빛으로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