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리의숲

by 물냉이

깔리의 숲


코끼리가 솦 속에서 걸어 나온다

벽에 매달린 칼리신이 잠깐 흔들리고

꽃 한 송이 갠지스 강을 따라 흘러간다

개 한 마리 소리 없이 행렬을 따르고

양버즘나무 가지 잘린 거리에서

조용히 벚꽃잎들 흩날리며 떨어진다


방배동에 있는 인도요리점에서 봄을 보냅니다. 오늘의 인도는 커리향입니다. 거리에 떨어지는 벚꽃잎에서도 커리 냄새가 났습니다. 깔리는 인도의 고대신화에 나오는 여신입니다. 죽음과 파괴의 여신인 그녀는 검은 몸 위에 화장터의 재를 묻히고, 잘린 머리를 목걸이로 하고 있습니다. 손에는 굽은 칼과 창, 악마의 머리와 그 피를 받은 그릇을 들고 있습니다. 깔리가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최하위 계급인 수드라, 즉 불가촉 천민을 괴롭히는 모든 문명과 대상을 철저히 응징해 준다고 믿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신이 있음을 느끼는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벚꽃피는 봄날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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