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였던 우리는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다 한 뒤, 가장 친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연애 소식을 알리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우리가 연애하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거지.
그런데 비밀연애는 개뿔.
하루 만에 다 들통나 버렸다.
우리 과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안 보이게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과에서 부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 발 넓고 사교적인 선배가 우리의 모습을 봐버렸다.
어쩌지, 라며 걱정하던 나와는 달리 너는 그냥 어차피 언젠가는 다 들킨다며 괜찮다며 속 편한 소리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선배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진 거고, 우리 동기들에게는 바로 소문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배들이 알면 동기들이 알게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가장 친한 동기들에게는 얼른 이 소식을 알려야 했다.
친한 사람이 연애한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접하면, 뭔가 배신감이 들 테니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남자친구와도 친해서 셋이 함께 잘 놀았던 동기 언니가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 이유로 멀어져서 서로 눈도 안 쳐다보고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됐지만.
그 언니와 셋이 술을 마시며 연애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난 언제나 네 편이니까, 저 놈이 널 힘들게 하면 말해.”라고 했다.
다른 동기들에게는 어떻게 알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저 언니와의 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언니가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저 말이 그때의 내게 무척이나 든든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나는 학생회를 같이 했다.
그래서 우리 과뿐만 아니라 학생회에도 이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비밀연애를 하려고 했다.
그래, 이번에도 실패했다.
학생회에서 엠티를 갔다.
계곡으로 가서 물놀이를 하고,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때의 우리는 사귄 지 얼마 안 된 아주 파릇파릇한 초창기 커플이었다.
한창 둘만 같이 있고 싶던 때였지.
우리는 몰래 빠져나와 밖에서 둘이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어디에 숨어서 쪼그려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중고등학생 때 있던 이야기 같은 것들.
분명 우리를 발견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산책을 하던 선배에게 우리의 모습이 발각되었고, 그 선배는 “둘이 있어. 난 다시 들어가야겠다.”라며 자리를 피해 줬다.
그냥 같이 있었다고 우기면 되지 않느냐고?
우기려 들 수 없었다.
또 손을 잡고 있었기에.
그 뒤로 그 선배는 다행히 우리의 비밀을 잘 지켜주려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결국은 우리가 사귄다는 걸 다 알게 됐다.
선배들은 한결같이 “으이구. 너네 맨날 싸우더니.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세상에 못 숨기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했던가.
기침, 가난, 그리고 사랑.
비밀연애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잘 보세요.
세상에 안 들킬 비밀은 없답니다.
게다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과 눈빛, 행동은 절대 숨길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비밀연애가 끝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그 뒤로는 그냥 학교에서 대놓고 손잡고 걸어 다닐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