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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훈 Oct 10. 2024

후쿠오카 그림책 여행의 마무리

에필로그: 그림책작가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생각해 보면 이 여행은 꽤 갑작스러웠다.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 아니라, 불현듯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에게 참으로 오랜만인 경험이었다. 예전부터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 대해 익숙한 부분이 있었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앞으로의 내 방향을 알아가는 시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만의 낭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엔 그림책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기에 그 특별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시야를 넓히고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을 찾고 일본에서 출간되는 그림책의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은 얼마나 즐거웠던지.  단순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서점 탐방기 같은 일정이 되어버렸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마다 그림책작가로서 똑같이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마다 야경을 보며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림책작가로서의 삶에 내 미래를 투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프리랜서의 삶이다 보니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 또한 흔들릴 때가 종종 있기에 스스로를 붙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어떤 그림책작가가 되고 싶은지, 미래를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 그림책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 느낌, 이 감정을 잊지 말고 간직하자.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 경험들이 다 녹여들 수 있도록 하자.



  

  내 본질은 무엇일까?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정말 많다. 그리고 내가 외주를 맡아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생각할 것조차 아니다.


  그렇다면 그림책작가인가?

  맞다. 그림책작가로서의 삶을 꿈꿔왔고 그림책을 통해 내가 실현시키고 싶은 목표가 있다.


  그림책작가로 어떤 목표를 삼고 있는가?

  대학교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한 뒤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즐거운 상상, 여운이 남는 행복한 이야기를 발달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또, 발달장애 아동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독창적이고 즐거운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 것이다. 그림에 대한 시야를 꾸준히 넓혀갈 것이다.




(공항에 일찍 도착하여 바라본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당일 새벽까지 머릿속으로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계속 인지하고 내 속도에 맞게 내 색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어나가자.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던 탓인지 주변은 정적만이 흘렀기에, 이런 내 끊임없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이번 후쿠오카 그림책 여행에서 느낀 점은 작가로서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두 번째 그림책의 원고는 완성된 상황이나, 이 그림책이 어떤 옷을 입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활용하여 스토리를 구상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본다. 어느 정도 구상이 되면 출판사와 컨택을 하고 새로운 작업에 들어간다. 단순한 과정이지만 어느 하나 브레이크가 걸리게 경우 모든 과정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기보다, 작업에 몰입하게 되는 편이라 이렇게 몸도 마음도 중단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능동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것.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나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내 앞날은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또 하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림책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의 기록을 브런치에 에세이로 남길 수 있었다. 글을 작성하며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과 내 다짐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림책작가라는 고독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동기부여를 얻은 것만으로도 이 그림책 여행의 경험은 가치가 있었고, 소중했다.


(노라네코도 분명 행복한 얼굴일 것이다.)



  

  이 글이 업로드되는 시점에서의 나는 또 어떤 모습,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내가 쓴 브런치북 연재글의 대부분은 내 마음을 글로 옮기며 스스로 다짐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보면 분명 힘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내 의식의 흐름과 그림책작가로서의 다짐을 독자분들과 공유하면, 분명 독자분들도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된다면, 그림책에 대한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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