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에 따라 달라진 행동들
원래 수업시간에 듣는 이야기가 제일 재밌는 법이다. 희한하게 평소였다면 그냥 들을 이야기도 수업시간에 들으면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20대 때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밥 먹은 지 얼마 안 된 햇살도 따뜻한 5교시, 나른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다가 학생들은 그만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머리가 숙여졌다.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얘들아, 나는 가방에 책 한 권을 꼭 넣고 다녀."
이 한마디에 학생들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하나둘씩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에이... 왜요."
선생님께서는 마치 반응을 예상하셨는지 바로 답하셨다.
"예전에는 폰이 있었어 뭐가 있었어. 밖에서 만나기로 하는 사람을 그냥 기다리면 재미없잖아. 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 그게 아직도 습관이 되어 지금도 가방에 책 넣고 다녀. "
듣다 보면 과거에는 지금 느끼지 못하는 낭만들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과 낭만이 부럽다. 지금은 다들 밖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서서 폰만 바라보지만 과거에는 전화도 편하게 못했던 시절이라 약속을 무조건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듣다 보면 나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만약 내가 지금 이 모습으로 과거 80,90년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보냈을까 라는 상상에 빠진다.
만약 지금의 내가 1985년으로 타임슬립해서 그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나도 그 선생님처럼 어디를 가든 책을 들고 다녔을 것 같다. 손에는 폰 대신 책, 문자 대신 편지를 쓰고 하루의 일과를 폰에 있는 메모장이 아닌 공책 속에 남기는 그런 시대에서 여느 20대처럼 취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고 있겠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팟캐스트가 아닌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잠시 창가에 머리를 기대면서 꾸벅꾸벅 조는 열정이 넘치는 청춘의 삶. 생각해 보니 전자기기의 발전 빼고 지금의 삶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으나 굳이 달라진 점을 하나만 따지자면 낭만뿐이다. 요즘에는 폰이 있으니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안부를 물으면서 지내는데 과거였다면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났을 것 같다. 얼굴을 보면서 안부 전하는 그런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서 몸도 가깝고 마음도 가까운 그런 사이로 지냈겠지.
그때의 낭만은 지금과 달랐다. 빠르게 스크롤되는 화면 속의 반짝임이 아니라 느린 걸음, 기다림,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무게. 나는 그 낭만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서툴고 불편하지만 더 뜨겁고 진실했다. 생각보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동시에 더 단단하고 진심이었다. 하루의 무게가 지금보다 무겁지만 그만큼 모든 순간이 선명했다. 실패와 두려움이 친구였고 인내가 매일의 숙제였다. 그렇다고 지금의 20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때의 나였다면, 지금의 나도, 미래에 대한 고민과 오늘의 선택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그 얼굴, 그 표정, 그 떨림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나였다. 80년대를 살아가는 나는 아마 더 서툴렀을 것이고 더 뜨거웠을 것이다. 상상 속의 뜨거움을 간직하며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다짐한다.
그래서 오늘도 질문 하나 남기고 간다. '괜찮은 사람' 말고 '나다운 사람'은 어떤 모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