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듦이라는 감정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by 김청유

감정이라는 것은 표정에서 드러나고 우리는 그 표정을 통해서 사람의 기분을 파악한다. 웃으면 기쁘구나, 울면 슬프구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힘듦을 어떻게 표정으로 나타내는지 모르겠다. 힘들다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일을 하다가 지칠 때 힘들다, 극한의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집에 가는 길에 땅이 꺼져라 내쉬는 한숨, 일이 술술 풀리는 타인에 비해 세상이 나한테만 시련을 주는 느낌이 들 때 힘들지. 사람들은 그 힘든 것들을 말로만 전해 듣지 정작 힘들 때 자신조차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힘들다는 것은 복잡한 감정의 결정체인 것 같다. 슬픔과 분노, 피로와 체념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이 뒤섞인,, 결론적으로 뭐라고 말하기 참 애매한 감정이다. 아마 자신도 무슨 감정인지 몰라서 결국에는 힘들다고 내뱉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을 타거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무표정이면서도 무방비상태인 그 표정, 그렇다고 전혀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구는 졸고 있고 누구는 멍하니 서있고 누구는 폰을 본다. 그 얼굴 어디에도 힘듦은 없었다. 다만 힘듦을 대신하는 견딤이 보인다. 표정과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자리에 남는 것은 하루를 버티는 얼굴뿐이다.


요즘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부쩍 줄어들었다. 오히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어색해지는 시대가 왔다. 예전에는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기쁘면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흘러내리려는 눈물만 꾹꾹 참을 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왜 어른들은 힘들어도 울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버티려고 했던 어른들의 자존심임을 느꼈다. 울면 약해 보일까 봐 바쁜 일상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서 그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 “는 말로 덮어버린다. 그렇게 나의 감정들은 말속으로만 숨어 마음속 깊은 곳으로 돌아가고 말은 많아졌지만 진심은 보이지 않는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 힘들면 더 숨고 싶어 한다. 힘듦에는 표정이 없다. 하지만 그 힘듦은 마음속에 큰 칼자국을 남긴다. 말로 다 풀 수 없을 때, 우리는 말로 하기를 포기하고 그 상처를 외면한 채 살아간다.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도 아닌데 우리는 너무 시간이라는 약에 의지하는 것 같다. 그 상처는 깊어지면 결국 얼굴에 드러나며 눈물로 표현한다. 무표정 속에서 나타나는 그늘, 웃음 뒤의 피로와 허탈함, 눈 밑의 다크서클에 가려진 조용한 어둠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래도 요즘에는 힘든 일이 생기면 거울을 보려고 노력한다. 순간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 표정은 버티면 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싶은 의미인지 애써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저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일 뿐인데 우리는 그 힘듦 앞에서 자주 무너지는 것 같다. 육체로 느끼는 힘듦은 그리도 잘 해결하면서 왜 마음이 느끼는 힘듦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일까. 차라리 알아차리게 얼굴로 드러내는 것이 백배 낫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차리고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월요일 연재